감사원 "국정자원 화재 원인 불법 재하도급…관리·감독도 부실"
감사원, 국정자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감사 결과 공개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공사업 등록이 없는 업체가 불법 재하도급을 받아 배터리 이전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정자원은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전산실 내 리튬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인식하고 배터리를 지하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A·B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와 30억4000만원 규모의 배터리 재배치 전기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국가계약법과 전기공사업법 등에 따르면 공동수급체 구성원은 출자 비율에 따라 계약 이행에 참여해야 한다. 전기공사는 원칙적으로 하도급이 제한되며,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는 시공할 수 없다.
그러나 A사는 지난해 7월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공사 전부를 10억3000만원에 C사에 하도급했다. B사 역시 같은 달 자사 몫의 공사 전체를 9억1000만원에 A사에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C사는 A사로부터 넘겨받은 공사 가운데 무정전전원장치(UPS)·배터리 운반 작업과 배터리 랙 해체·재설치·시운전 작업을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 두 곳에 각각 재하도급했다. 계약과 달리 불법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구조로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국정자원의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지난해 7∼9월 열린 10차례 공정회의에 B사 직원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B사가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국정자원은 계약 업체들의 공사 수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A사 소속 현장소장으로부터 외부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보고까지 받았지만, 해당 인력의 소속이나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정자원은 공사업체로 하여금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감리업체가 이를 검토·확인하도록 하지 않았고, 시공사가 제조사의 작업지원이 어렵다며 대신 다른 외부 업체를 섭외했다고 통보했는데도 해당 업체의 전문성이나 제조사와의 협조·기술제휴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그대로 용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그 결과 전기공사업 무등록업체 등이 제조사의 협조 없이 배터리 이전·설치 작업을 수행하면서 배터리 랙의 전원을 모두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작업이 진행됐고, 케이블 단말의 절연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4번과 5번 배터리 랙 사이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이 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도 소방 도착 전 전산실 전원 차단, 방수포 전달 등 초동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소방에 물을 이용한 소화 자제를 요청하는 등 화재 대비 매뉴얼을 미준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정자원은 2025년 매뉴얼을 제정하면서 등급별 복구 목표 시점 등이 포함된 전략·계획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당시 화재로 시스템을 복구할 때 복구 우선순위, 복구목표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화재 피해가 큰 전산실 복구에 우선 집중했다.
그 결과 최우선 복구가 필요했던 58개 시스템 중 12개는 복구에 3주 이상, 그 가운데 10개는 4주 이상 소요되는 등 복구가 지연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26일 국정자원 대전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국민 행정서비스 중단, 정부 업무 자료 소실 등으로 국민 불편과 행정 차질이 발생했다. 국정자원은 직접피해(건물·시설손실)와 간접피해(잔존물 제거비) 합계를 시가 기준 597억원, 재조달가액 기준 107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감사원이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하여 피해 규모를 분석한 결과 총 3511억원 상당으로 추산됐다.
[email protected] 최종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