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처럼 살아낸' 60년대 재일 한국인 이야기
연극 '스미레 미용실' 韓 초연
재일 코리안 3부작 중 마지막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봄이면 길가나 풀밭에 제비꽃이 핀다. 땅에 딱 붙어 있어 지나치기 쉽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꽃잎의 생김새도, 은은한 빛깔도 아름답다. 일본어로는 '스미레'. 오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재일동포 2.5세' 정의신 극작가 겸 연출가의 '스미레 미용실'은 이 작은 꽃에서 제목을 따왔다.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은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1965년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를 배경으로 탄광 폭발 사고를 겪은 한 가족의 삶을 그린다. 수미 곁에는 일본 국적을 택한 남편, 다리를 다쳐 갱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동생, 조선 국적을 놓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정의신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규슈 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공항 활주로 건설 현장으로 옮겨가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한국인들이 그렇게 일본 경제를 지탱해왔다는 사실이 제게는 새로운 발견이자 감명이었다"고 작업 계기를 설명했다.
정의신은 지난해 '야끼니꾸 드래곤'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그림자를 떠받쳐온 사람들의 삶을,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야끼니꾸 드래곤'을 쓸 때만 해도 3부작을 구상하지는 않았다"며 "'스미레 미용실'까지 쓰고 나니 비로소 제 안에 있던 재일한국인 역사의 한 흐름을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작품을 쓰기 위해 규슈의 탄광을 찾아 실제 사고를 겪은 이들과 그 가족들을 취재한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관객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큰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60여 년 전 탄광촌의 이야기는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정의신은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통한다"며 "이 작품은 보편적인 사랑과 가족의 유대를 다룬 동시에, 급격한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고단한 삶을 슬픔만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웃음이 있어야 눈물이 깊어진다"고 했던 그는 이번에도 희극과 비극을 함께 버무렸다. 배우 최지연은 주인공 수미를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사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역사에 기록된 영웅이 아니어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꿈을 놓지 않고 고난을 감당해가는 수미의 삶이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연은 10월 3일까지.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