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도 일본서 본 '야끼니꾸 드래곤'…3부작 완결편 '스미레 미용실' 한국 초연 "비극과 희극은 어쩌면 하나"
1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한국 초연
[파이낸셜뉴스] 배우 유해진도 일본에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을 관람했다. 우연히 함께 공연을 본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따르면 유해진은 정의신 극작가 겸 연출가의 '스미레 미용실' 한국 초연에도 관심을 보였다. 출연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영화 일정과 겹치면서 참여는 성사되지 않았다.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은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1965년 일본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를 배경으로, 탄광 폭발 사고를 겪은 한 가족의 삶을 그린다.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됐으며 오는 1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한국 초연한다.
이번 공연은 정의신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시작됐다. 안 사장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의신 연출이 이 작품을 강하게 제안했다"며 "재일한국인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볼 때마다 연극 그 자체의 감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분이라 지금도 관객과 충분히 호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사장은 2005년 대학로에서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을 보고 정의신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예술의전당 재직 당시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일 교류를 추진하며 정의신을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2008년 '야끼니꾸 드래곤' 공동제작으로 이어졌다. 국립극장 재직 때는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에서도 정의신과 함께했다.
안 사장은 "한일 교과서 문제로 공동제작 공연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 적도 있었다"며 "그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한일관계가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재일한국인 2세대가 아직 생존해 일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일은 지금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2008년 한일 공동제작으로 초연된 뒤 2011년 재연했으며, 지난해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앞둔 간사이 지역의 재일한국인 마을을 무대로 한다. 비행장 인근 철거촌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가족의 삶을 통해 개발과 경제성장의 이면을 비췄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먹고 마시고 다투며 살아가는 가족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내 한국과 일본에서 호평받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 규슈 탄광촌으로 향한다. 정의신은 "'야끼니꾸 드래곤' 속 사람들이 어디에서 흘러왔는지를 따라가다 보니 규슈 탄광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슈 탄광이 폐쇄된 뒤 노동자들이 친척이나 친구를 의지해 오사카로 옮겨갔다"며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한국인 노동자들이 일본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했다는 사실을 알고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이를 기록해 연극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수미는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스미레 미용실'을 열겠다는 꿈을 품고 산다. 수미 곁에는 살아남기 위해 일본 국적을 택한 남편, 다리를 다쳐 갱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동생, 조선 국적을 놓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탄광 폭발 사고가 이들의 삶을 뒤흔든다. 정의신은 당시 일본 정부가 석탄산업을 정리하고 석유 중심으로 전환하는 '스크랩 앤드 빌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밀려났고, 기업은 인건비와 안전비용을 줄였다고 짚었다.
그는 "재일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일본인 노동자들도 함께 버림받았다"며 "60년 전 탄광 사고로만 치부하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만, 비용과 인원을 줄이느라 안전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하는 구조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일한국인의 특수한 역사를 다루지만, 정의신이 작품에서 발견한 것은 국적을 넘어서는 가족과 이민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야끼니꾸 드래곤'을 쓸 때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은 재일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작품을 들고 외국에 나가보니 이민자이자 현대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열린 리딩 공연에서는 베트남계 스태프가 "이건 우리 이야기"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이후 호주로 이주한 사람의 눈에는 재일한국인 가족의 역사가 자신의 이야기로 보였던 것이다. 뉴욕 관객들도 이 작품을 현재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정의신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며 "물론 그것은 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지만 그의 무대에는 웃음과 활기가 넘친다. 정의신은 작품을 쓸 때마다 진지하게 임하지만, 쓰다 숨이 막히는 순간이면 일부러 웃음을 불어넣는다고 했다.
"희극과 비극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고, 어쩌면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에게 비극인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희극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지요. 그것이 인간의 한 단면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