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ASML 기술동맹 16년..12인치 포토마스크 전환도 '맞손'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ASML의 오랜 협력이 12인치 포토마스크 표준과 관련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양사는 10년 넘게 극자외선(EUV) 장비 검증과 지분 투자, 공동 연구개발로 협력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는데,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차세대 반도체 노광공정 전환까지 함께 준비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삼성전자가 ASML이 이끄는 '대형 마스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하이 NA(High-NA) EUV의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12인치 포토마스크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포토마스크는 웨이퍼에 새길 회로 원본을 담은 틀로, 하이 NA EUV에 기존 6인치 포토마스크를 적용하면 한 번에 회로를 새길 수 있는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 공정 부담이 커진다. 이에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확대해 생산 기간과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은 단순한 장비 공급자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 차세대 노광기술을 함께 검증하고 상용화하는 기술동맹으로 발전해왔다.
양사의 협력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SML은 첫 양산 전 단계 EUV 시스템을 삼성전자 연구시설에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EUV가 첨단 반도체 양산에 본격 적용되기 전부터 ASML 장비를 활용해 공정 경험을 축적하며 양산 가능성을 검증했다.
2012년에는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ASML의 차세대 노광기술 연구개발에 2억7600만유로를 투입하는 한편 별도로 지분 3%를 확보했다. 장비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개발 부담을 고객사인 삼성전자도 함께 부담한 것이다.
이같은 협력은 실제 양산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018년 EUV를 활용한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2019년 업계 최초로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온칩(SoC)을 출하했다. 2020년에는 메모리 업계 처음으로 D램에도 EUV를 적용해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ASML 지분을 전량 처분했지만 양사의 기술협력은 오히려 확대됐다. 양사는 2023년 국내에 차세대 반도체 연구 팹을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장비 공급을 넘어 연구개발 분야로도 협력을 넓혀왔다.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양사의 협력 범위가 개별 장비와 공정 개발에서 차세대 포토마스크 규격 마련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 구축 차원의 단계로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8인치에서 12인치 웨이퍼로의 전환을 이끌며 새로운 규격을 양산 체계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며 "다수의 장비·소재 업계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제조표준 전환 경험을 갖춘 만큼 이번 전환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