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뒤처진 삼성의 반격…日 50개사와 기술동맹
요코하마에 400억엔 첨단 패키징 연구소
日정부 225억엔 지원…한일 연구진 95명 배치
소재 평가 현지서 끝내 개발기간 최대 2개월 단축
전영현 "한일 기술교류 가속"…SK하이닉스 추격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기업 50여 곳과 손잡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의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에서 첨단 반도체 후공정 연구거점 'APL(Advanced Package Lab)' 개소식을 열었다. 총 400억엔을 투입했으며 일본 경제산업성이 225억엔을 지원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은 "한일 기술 교류를 가속해 차세대 패키징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APL은 연면적 약 6600㎡ 규모로 실제 생산라인과 유사한 클린룸을 갖췄다. 한일 연구원 95명이 후공정 소재 평가와 양산 기술을 개발한다. 개소식에는 도쿄일렉트론과 이비덴 등 일본 주요 공급업체 15곳이 참석했다.
반도체 미세화가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성능 경쟁의 중심은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칩을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주요 소재는 거의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HBM용 접착제와 기판, 봉지재 등 후공정 핵심 소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봉지재는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가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기판 소재에서는 레조낙과 미쓰비시가스화학 등이 앞서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개발한 소재를 한국으로 가져와 평가하는 데 화학물질 승인과 수출입 절차로 최대 2개월이 걸렸다. 앞으로는 일본에서 소재 평가와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검증된 기술만 한국 양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지만 AI 반도체용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다. 후공정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자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을 활용해 추격에 나선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도 투자를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양국 관계가 냉각됐던 2021년 연구소 설립을 구상했으며 정상 간 셔틀외교가 재개된 2023년 12월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기업 간 대결에서 국경을 넘는 산업연합 간 경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과 한국의 양산 능력을 결합한 '한일 반도체 연합'의 성과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