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152엔까지 뛴 엔화..'베선트 삼봉'이 뭐길래
개입으로도 못 깬 155엔 벽 무너져
금리인상·美 압박에 엔캐리 청산
연중 최고 152.10엔 돌파가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엔화 가치가 8일 달러당 152엔대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전망과 미국의 엔저 시정 압박이 맞물린 가운데 달러당 155엔선이 무너지자 엔화를 팔았던 투기세력이 서둘러 포지션을 청산한 영향이다. 엔·달러 환율 차트에서도 엔저 흐름의 반전을 뜻하는 '삼봉 천장형'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달러당 150엔으로 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52.89엔까지 올랐다. 지난 2월 17일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 2일 160.39엔과 비교하면 불과 6거래일 만에 7.50엔 급등했다.
엔화는 달러뿐 아니라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이후 달러에 대해 3.5%, 유로에 대해 3.4%, 영국 파운드와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는 각각 3.6% 상승했다.
이번 급등에 불을 붙인 것은 달러당 155엔선 돌파였다. 지난 4~5월 일본 정부의 단독 개입과 7월 말 미·일 공동 개입에도 넘지 못했던 저항선이다. 지난 7일 엔·달러 환율이 155엔 아래로 내려가자 손절매 주문이 쏟아졌고 추가 엔화 매수까지 몰렸다.
그동안 저금리 엔화를 팔아 고금리 통화와 자산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도 빠르게 청산됐다. 이구치 게이이치 리소나홀딩스 수석전략가는 "개입으로도 넘지 못했던 155엔선을 돌파한 의미가 크다"며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이 엔고에 속도를 붙였다"고 분석했다.
엔화 매수 재료도 한꺼번에 쏟아졌다. BOJ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저 시정을 압박하고 일본 공적연금(GPIF)이 국내 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확산했다. 금융시장이 반영한 BOJ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이날 오전 97%까지 치솟았다.
나야 다쿠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외환트레이딩그룹장은 "과거와 달리 전방위적인 엔화 매수 압력이 형성됐다"며 "엔화 매도 포지션을 늘려온 투자자들의 퇴로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차트에서는 세 개의 고점을 찍은 뒤 지지선 아래로 떨어지는 '삼봉 천장형'이 형성됐다. 상승세가 끝나고 하락세로 돌아설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엔저 시정을 압박해온 베선트 장관의 이름을 따 이 패턴을 '베선트 삼봉'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음 분수령은 지난 1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인 달러당 152.10엔이다. 이 선마저 무너지면 심리적 기준선인 150엔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적자와 일본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 등 구조적인 엔화 매도 요인은 여전하다. 엔고로 수입물가가 안정돼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질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