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상품 팔아봐야 회계상 '빚'… GA에 집중하는 보험사
방카슈랑스서 발빼는 보험사들
'저축성' 당장 수익지표 개선 안돼
7월 생보 방카 새계약 43% 급감
마진 높은 '보장성' 판매 늘리려면
네트워크 갖춘 보험대리점이 유리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은행판매보험) 판매에서 발을 빼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 은행이 주로 위탁 취급하는 저축성 보험상품은 보험료를 받아도 당장 수익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진율이 높은 보장성 상품 판매가 쉬운 법인 보험대리점(GA)에 한정된 영업자원을 집중하는게 보험사들의 보편적 전략으로 떠올랐다.
■저축성 팔아봤자 '빚'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신계약 건수는 1만503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2만6629건) 대비 43.5% 줄었다. 2023년(3만1463건), 2024년(2만2635건)보다도 가파르게 줄었다. 연동된 보험료 규모도 축소됐다. 7월 기준 방카슈랑스 보험료도 2023년 127억4900만원, 2024년 134억5500만원, 2025년 222억3900만원에서 올해 64억7500만원으로 축소됐다.
방카슈랑스 대부분인 저축성 보험은 팔수록 경영상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3년 도입된 IFRS17상 보험사는 저축성 보험료를 회계상 이익이 아닌 정해진 시점에 내줘야 하는 보험부채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대거 들어와도 당장의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수익성 지표에 기여하지 못하는 저축성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고마진인 건강·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료가 새로운 회계기준에선 보험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라며 "수익성을 챙기기 힘든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에 힘을 쏟을 이유가 더 없다. 내부 핵심평가지표(KPI) 자체가 몸집을 키우는 매출, 순이익 등보다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율, 신계약 가치배수 등이기 때문에 저축성 보험을 취급할 동기가 한층 약하다.
다만 보험사 유형별로 차이는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 대형사 등은 은행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굳이 축소를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소형사나 외국계는 제한된 자금이나 인력을 저축성 보험에 배치할 여력이 적다. 대개 은행 판매수수료가 텔레마케팅(TM)이나 GA에 내는 비용보다 높은 이유도 있다.
■은행보다 보험대리점이 효율적
보험사들로선 은행보다 GA에 판매를 맡기는 게 효율적이다.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은 비교적 투자성향이 강해 일반적으로 보험보다는 펀드 등에 관심이 크다. 보장성 상품을 적극 권유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타깃인 셈이다.
판매 측면에서도 방카슈랑스는 수동적으로 방문고객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GA는 폭넓은 설계사 네트워크를 갖추고 직접 접촉하는 데다 은행처럼 저축성 상품 쏠림도 덜한 장점이 있다. 실제 지난 7월 기준 대리점을 통한 생명보험 상품 신계약 건수는 31만8974건이었다. 전체 채널(62만4758건)의 과반(51.1%)이다. 보험료 규모로 따져도 같은 기간 1211억5500만원 중 57.9%(701억900만원)를 차지했다. 판매 이후 계약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GA를 택하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일시납이나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아 외형을 불리는 전략이 가능했지만 IFRS17 이후엔 어떤 상품을 파느냐, 즉 품질이 중요해졌다"며 "제한된 예산 내에선 CSM 확보를 우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