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100弗 코앞… 전쟁 장기화 땐 120弗 갈수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불안 확산
OPEC+ 내달부터 증산 중단나서
브렌트유 배럴당 98달러 넘어서
中수입 40% 감소 등 수요 줄었지만
중동전쟁발 공급 차질에 상승 압력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란이 미 해군 전함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타격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중동 전쟁이 주요 산유국과 에너지 공급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유가 상승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전쟁 이전보다 40% 가까이 줄고 세계 석유 수요마저 감소하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요 둔화로도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6개월간 이어온 증산을 중단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다시 120달러를 향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이란전 격화에 사우디 석유시설까지 공격
7일(현지시간)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98.06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유가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93.29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장중 98달러를 넘어선 것은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최근 상승세에 불을 붙인 것은 다시 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다. 여기에 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잔의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까지 공격받았다.
아른 로먼 라스무센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를 "심각한 긴장 고조"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장은 걸프 외곽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원유 환적마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는 OPEC+다. OPEC+ 핵심 7개 산유국은 6일 회의에서 10월 생산량을 9월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개월간 이어온 증산을 중단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OPEC+가 증산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이 계속되면 걸프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려도 이를 세계 시장으로 운송하기 어렵다.
더 이례적인 것은 세계 석유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8월 해상 원유 수입은 하루 714만배럴로 7월의 693만배럴보다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전 3개월 평균인 하루 1141만배럴과 비교하면 약 37% 적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16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구매가 40% 가까이 감소하고 세계 수요까지 줄면 국제 유가는 강한 하락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다.
공급 감소 속도가 수요 감소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이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4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하면 120달러도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각국은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대거 방출했다. 중국도 전쟁 초기 원유 구매를 약 3분의 1 줄이고 비축유를 시장에 풀었다.
그러나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면서 이 같은 안전판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중국 이외 지역의 비축유는 전쟁 발발 이후 4억배럴 넘게 감소했고 해상 유조선에 실려 있는 원유 규모도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도 최근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 원유 구매에 다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에 의존했던 중국 구매자들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상품전략 공동 총괄인 다안 스트루이벤은 7일 블룸버그TV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고 강도가 높아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