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채권

'탈석탄' 국민연금, 발전사채 직접운용 신규투자 사실상 중단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석탄 투자제한 2030년이지만
채권운용은 4년 앞서 선제 대응
위탁운용사는 계속 편입 가능
발전사채 발행금리 오를수도

'탈석탄' 국민연금, 발전사채 직접운용 신규투자 사실상 중단

국민연금이 석탄화력 발전공기업 채권에 대한 직접운용 신규투자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석탄 관련 투자제한은 2030년부터 공식 적용되지만, 국민연금은 이보다 4년 앞서 채권 운용 현장에서부터 '선제 탈석탄'에 들어간 셈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석탄화력발전을 운영하는 발전공기업 채권에 대해 직접운용 신규투자를 사실상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 5사는 모두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영흥·삼천포, 중부발전은 보령·신보령, 서부발전은 태안, 남부발전은 하동·삼척, 동서발전은 당진·동해 등을 주요 석탄화력 발전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흥·당진·태안·하동 등은 수천MW 규모의 대형 석탄발전 단지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2030년부터 투자를 못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미리부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직접운용의 경우 관련 투자에 대한 국회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 전체 자금에서 발전사채 투자가 공식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위탁운용사는 자체적인 투자 판단에 따라 발전사채를 편입할 수 있다. 관계자는 "위탁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사는 곳도 있고 사지 않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전채와의 온도차다. 발전사채는 ESG 이슈로 직접운용에서 배제되는 반면, 한전채는 여전히 투자 대상이다. 같은 한전그룹이지만 '한전채는 사고, 석탄 발전사채는 직접운용에서 사지 않는'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전채 수요 자체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는 ESG보다는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변화와 맞물린 결과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한전채 투자를 줄인 것으로 안다"며 "한전채 발행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전채 발행 규모는 최근 3년간 급격히 줄었다. 코스콤CHECK에 따르면 한전채 순발행 규모는 2022년 27조1100억원에서 2023년 6조5400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 이후로는 상환이 발행보다 많은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올해 순발행 규모는 62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금리도 뛰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초 연 2.935%에서 이달 7일 연 3.90%로 96.5bp 오르는 동안, 한전채 3년물 금리는 연 3.195%에서 연 4.275%로 108bp 올랐다. 발행 감소와 스프레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선제적인 탈석탄은 발전공기업의 조달 여건에도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발전 5사는 한전의 100% 자회사라는 점 등을 바탕으로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 직접운용 수요가 빠지면 대체 매수 기반 확보 여부에 따라 발행금리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관계자는 "수요가 줄면 금리가 올라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 5사의 통합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뒤집을 카드는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전 5사는 내년 10월 한전의 100% 자회사 형태인 통합 발전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 이후에도 기존과 같은 AAA급 회사채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 주체가 5곳에서 1곳으로 줄어드는 만큼 회사채 발행 시기와 물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조달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발행 주체가 하나로 합쳐진다고 해서 국민연금의 ESG 투자 기준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개별 발전사의 신용도가 아니라 석탄화력발전 사업 자체를 잣대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통합 발전사도 석탄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한 동일한 투자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국민연금 #발전사채 #석탄화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