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메스 주세요" 했더니 로봇이 건넸다…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수술 16일 공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삼성서울병원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개발진. 정용기 이비인후과 교수, 배주영 성형외과 교수, 정규환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교수, 오남기 이식외과 교수(오른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개발진. 정용기 이비인후과 교수, 배주영 성형외과 교수, 정규환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교수, 오남기 이식외과 교수(오른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로봇 2대가 사람 의사와 한 팀이 돼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삼성서울병원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오는 16일 일반에 시연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2025년 대형 국책 과제인 한국형 ARPA-H의 주관 기관으로 선정돼 '효율적 수술환경 조성을 위한 휴머노이드형 Physical AI 기반 수술보조로봇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하해호, 삼성융합의과학원, 서울대, 국립암센터, 전북대병원 등과 컨소시엄 '오케스트라(ORchestra)'를 구성해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현재 모의 수술환경에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의 도구 전달·회수, 내시경 조작, 조직 견인, 음성 명령 이해와 안전한 정지·복구 기능을 검증하는 단계다.

향후 반복 성능시험, 모의환경 및 전임상시험, 의료진 사용성 평가, GMP 품질체계, 임상시험과 의료기기 인허가 등의 단계를 거쳐 상용화를 추진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지난 1년여 동안 개발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수술실의 반복적인 보조 업무부터 최소침습수술의 정밀한 집도 동작까지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의료진과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정용기 교수는 "수술 전 과정에서 판단과 통제 권한을 가진 의료진의 명령과 조작을 따르는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을 도와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보조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이용해 수술 집도

첫 번째 시연에서 삼성서울병원은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직접 수술도구를 잡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생체조직을 째고(절개), 벗겨내고(박리), 꿰매는(봉합) 일련의 정밀 수술과정을 시연한다.

정 교수는 "아직 로봇 스스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고 자동으로 수술하는 단계는 아니"라면서 "다만 숙련된 의료진이 조작 장치를 통해 로봇의 양팔과 수술도구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집도 의사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동작하는 대로 로봇이 그대로 행동을 모사하는 형태다. 배우 휴 잭맨이 주연한 SF 영화 '리얼 스틸'에서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같다.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은 사람의 손과 팔의 움직임을 로봇 좌표계로 변환해 수술실 안에서 구현한다"며 "이를 통해 의료진의 조작 입력을 작은 동작 단위로 표현하는 정밀한 수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시연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수술 도구 순환, 내시경 시야 유지, 조직 견인 업무 등을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대신하여 집도의를 돕는 모습을 선보인다.

실제 수술 과정과 마찬가지로 연속적인 업무를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수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로봇 2대가 사람 의사와 협업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을 공개한다.

1호 로봇은 수술실 간호사 역할을 맡는다. 집도의의 음성 요청을 이해하고 요청된 수술도구를 인식한 뒤, 집도의가 안전하게 잡을 수 있도록 손잡이의 방향과 전달 위치를 조정해 도구를 건넨다. 사용이 끝난 도구는 다시 받아 지정된 위치에 정리하고,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다음 요청 상태를 갱신한다.

정 교수는 "단순히 도구를 한 번 전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수술이 진행될 때 사람에게 하듯 '요청?전달?사용?회수?정리'로 이어지는 도구 순환 과정을 완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호 로봇은 수술 보조 의사 및 간호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왼손에는 복강경 내시경을 잡아 수술 부위가 화면 중앙에 유지되도록 시야를 조정하고, 오른손에는 수술용 집게를 장착해 집도의의 지시에 따라 생체 조직을 지정된 방향으로 견인한다.

정 교수는 "하나의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내시경 시야와 조직 견인을 함께 담당하기 때문에, 수술 부위가 잘 보이도록 하는 동작과 필요한 수술 공간을 확보하는 동작을 서로 연계해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개복수술 모사 환경에서 시연에 참가한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체험 시간도 마련돼 있다.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개발 전 세계가 경쟁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수술실에 도입하려는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초기 실증과 개념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개발 초기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수술실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의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술 전후의 물류를 이송하거나 준비업무를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수술에 참여하여 수술기구를 다루는 쪽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Foxconn)은 올해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행사에서 병동을 다니며 약, 물품을 배달하고 수술실 간호사 업무도 수행 가능한 누라봇(Nuarbot)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조작을 토대로 수술을 대신하는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역시 상용화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미국의 UC샌디에고 연구진은 지난 7월 네이처에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사람의 원격조작에 따라 기존 복강경 기구를 사용하여 돼지 모델에서 수술을 수행하도록 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을 위한 별도 수술실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처럼 사람을 위해 설계된 수술실과 기존 수술기구를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상용화 이후 별도의 환경 변화 없이도 수술실 현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시연에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개별 동작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수술 과정 전체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처럼 워크플로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현재 다른 나라에서 개발 중인 수술로봇이 특정 동작을 사람처럼 또는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삼성서울병원은 여러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수술 맥락을 공유하며 사람과 함께 하나의 팀처럼 협력하는 수술실 운영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사람이 수술하기 어려운 환경,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을 동반하는 영역에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환자에게 더 유리한 수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제한된 의료인력으로 수술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숙련된 수술보조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야간·응급 및 필수의료 현장의 인력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하는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개발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지원하는 '2025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5년 7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총 54개월간 진행되는 정부지원 연구개발비 총 138억 3500만원의 경쟁형 과제로, 2026년 말 1단계 경쟁평가 이후 2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의사 #로봇 #수술보조로봇 #수술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