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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권고 99%인데 공사비 그대로… 처벌규정 없어 유명무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허울뿐인 공사비 집중점검 (상)
검증 의무이지만 결과이행은 권고
검증 사업지 177곳 감액권고 통보
실제 계약금액 인하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 크게 떨어져 제도 손질 필요"

감액권고 99%인데 공사비 그대로… 처벌규정 없어 유명무실

현행법상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경우는 조합원 요청, 상황에 따른 공사비 증액비율, 검증 후 추가 증액 발생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만 해당해도 생기는 의무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공사비 검증 결과는 따르지 않아도 별도 처벌규정이 없다. 검증은 의무지만 결과 이행은 권고에 그쳐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 미이행에도…"벌칙 마련 無"

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 △시공사 선정 시점에 따라 공사비가 10% 또는 5% 이상 오를 경우 △검증 완료 후 공사비가 3% 이상 증액되는 경우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가장 복잡한 것은 두 번째 경우다.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접수시스템에 따르면 사업시행 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은 선정 당시보다 공사비가 10% 이상 올라가면 검증 대상이 되지만, 사업시행 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은 5% 이상만 올라가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가령 공사비가 1조원인 사업이라면 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1조1000억원 이상, 인가 후 선정한 곳은 1조500억원 이상이 되면 검증 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검증은 현행법에 의무로 규정돼 있지만 결과 이행은 권고사항이라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를 낮춰 권고하더라도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공사비 인상을 결정하면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 이날 기준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에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의 미이행에 대해 별도의 벌칙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사비 검증 결과 그대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99%가 감액 권고, 반영 여부는 미집계

검증을 신청한 사업지 대부분은 '감액 권고'를 받는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5년간 검증한 사업지 179곳 가운데 감액 권고를 통보한 곳은 인천 1곳, 대전 1곳을 제외한 177곳이다. 비율로 환산하면 98.9%에 해당한다. 다만 이 권고가 실제 계약금액 인하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집계는 공개돼 있지 않다.

공사비 증액 협상의 한 축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조합과 소통해서 정한다고 생각하지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받았다고 여기에 따라야 한다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사실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도"라고 말했다.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여가 지났지만 공사비 검증을 한국부동산원에서 한다는 사실이나 신청 당사자가 조합이라는 점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양쪽에서 나온다. 감액 권고에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검증비용을 대는 조합원 부담만 커진다며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검증 결과에 구속력을 부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무조건 비용이 발생하게 해 놓고 미이행 시 아무런 조치가 없다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며 "내가 건설사라도 지킬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현행법에 적힌 '검증 후 추가 증액 발생 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놓고도 실효성 논란이 있다. 증액 여부를 확인할 사후관리 절차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증액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것이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공사비는 시공사들의 주장을 거의 반영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조합과의 협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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