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앞에서 킁킁… 탐지견이 멈추면 백발백중 마약[마약 현장 리포트]
(하)
하루 수십만개 화물 들어오는 공항
세관 검사대 직원만으로 감당 안돼
3개월 훈련 받은 탐지견 현장 투입
헤어젤·장난감으로 속여도 찾아내
"닐라, 여기 냄새 한번 맡아봐."
마약탐지견 '닐라'가 상자 틈에 코를 바짝 갖다 댔다. 한 상자를 훑고 곧바로 옆 상자로 옮겨가던 닐라는 이름을 부르자 잠깐 고개를 들었다. 다시 코는 상자로 향했다.
지난 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는 하루 수십만 개의 해외직구 화물 속 마약을 찾아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탐지견에게 마약 찾기는 일종의 놀이다. 특정 냄새를 찾아내면 공을 물고 놀 수 있다는 것을 반복 훈련으로 익힌다. 실제 근무 중에도 화물 사이에 훈련용 냄새 샘플을 숨겨 찾게 한다. 익힌 냄새를 잊거나 탐지에 흥미를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승범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 주무관은 "냄새를 집중해서 맡는 데 쓰는 에너지가 달리기의 두 배 정도"라며 "후각을 계속 사용하는 만큼 체력 소모도 크다"고 했다. 약 3개월간 훈련을 받은 탐지견은 한 명의 핸들러와 짝을 이뤄 현장에 투입된다.
하지만 하루 수십만개의 화물을 탐지견의 코에만 맡길 수는 없다. 특송화물 마약 검사는 화물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정보분석팀은 발송지와 화물 명세 등을 종합해 우범화물을 선별한다. 국내에 도착한 화물은 X-ray 검사를 거치고, 일반적인 물품과 구조가 다르거나 밀도 변화 등 이상이 보이면 정밀검사 대상이 된다.
이날 검사대에서도 직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상자를 직접 여는 '개장검사'에서도 의심이 풀리지 않으면 칼 등 도구로 물품 내부까지 뜯어보는 '파괴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장 한쪽에는 20여종의 마약을 판별할 수 있는 휴대용 라만분광기도 놓여 있었다.
손동열 특송우편총괄과 정보분석팀 주무관은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화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중에서 우범화물을 골라내야 한다"며 "검사뿐 아니라 적하목록과 반입 이력 등을 살피는 정보분석도 중요한 업무"라고 짚었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도 의심이 들면 직접 열어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약을 숨기는 물건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는 태국발 특송화물의 스낵과 초콜릿 등 완제품 과자류에서 필로폰 4.9㎏이 적발됐다. 지난 4월에는 폴란드에서 들어온 자동차 연마제통 안에서 액상 케타민 1.2㎏이 나왔다. 장난감이나 생활용품에 숨기거나 정상 물품과 섞어 보내는 등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탐지견도 사람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틈을 메운다. 정 주무관이 처음 마약을 적발했을 때도 탐지견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겉보기에는 일반 헤어젤과 다르지 않은 완제품이었다. 하지만 탐지견의 반응을 믿고 파괴검사를 진행했고, 안에서는 해시시 오일이 나왔다.
지난 7월 인천공항에서 처리된 특송화물은 6748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32만건이다. 마약을 세밀하게 찾아내면서도 정상 화물의 통관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현장이 매일 맞닥뜨리는 딜레마다. 손 주무관은 "마약 은닉 화물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신속통관도 해야 한다"며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올해 7월까지 특송화물에서 적발된 마약은 141건, 172.6㎏이다. 전년 동기보다 건수는 33% 줄었지만 총량은 3%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마약 적발량도 767건, 1007㎏으로 국내 유입 목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