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X-ray의 눈·검사관의 손·탐지견 코…32만개 화물 속 마약 찾기[마약 현장 리포트(하)]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천공항 하루 평균 32만건 특송화물 처리
일상용품·정상제품 틈 파고드는 은닉 수법
탐지견 '닐라'도 투입해 사람 눈의 빈틈 보완
정보분석·X-ray·라만분광기·탐지견 총동원
"안 잡히면 다른 경로로 빠지는 건 아닌지 살펴"

지난 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검은색 래브라도리트리버 마약탐지견 '닐라'가 핸들러와 함께 특송화물의 냄새를 맡으며 마약류를 탐지하고 있다. 탐지견은 훈련을 통해 익힌 마약류 냄새에 반응하면 핸들러에게 신호를 보낸다. 사진=최승한 기자
지난 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검은색 래브라도리트리버 마약탐지견 '닐라'가 핸들러와 함께 특송화물의 냄새를 맡으며 마약류를 탐지하고 있다. 탐지견은 훈련을 통해 익힌 마약류 냄새에 반응하면 핸들러에게 신호를 보낸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닐라, 여기 냄새 한번 맡아봐."
마약탐지견 '닐라'가 상자 틈에 코를 바짝 갖다 댔다. 한 상자를 훑고 곧바로 옆 상자로 옮겨가던 닐라는 이름을 부르자 잠깐 고개를 들었다. 다시 코는 상자로 향했다. 지난 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는 하루 수십만 개의 해외직구 화물 속 마약을 찾아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탐지견에게 마약 찾기는 일종의 놀이다. 특정 냄새를 찾아내면 공을 물고 놀 수 있다는 것을 반복 훈련으로 익힌다. 실제 근무 중에도 화물 사이에 훈련용 냄새 샘플을 숨겨 찾게 한다. 익힌 냄새를 잊거나 탐지에 흥미를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탐지가 가벼운 놀이는 아니다. 정 주무관은 "냄새를 집중해서 맡는 데 쓰는 에너지가 달리기의 두 배 정도"라며 "후각을 계속 사용하는 만큼 체력 소모도 크다"고 했다. 약 3개월간 훈련을 받은 탐지견은 한 명의 핸들러와 짝을 이뤄 현장에 투입된다.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이 해외에서 들어온 화물을 직접 개봉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검사대에서는 견과류와 과자 등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품도 하나씩 꺼내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사진 최승한 기자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이 해외에서 들어온 화물을 직접 개봉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검사대에서는 견과류와 과자 등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품도 하나씩 꺼내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사진 최승한 기자

■상자 열고, 뜯고, 성분까지 확인
하지만 하루 수십만개의 화물을 탐지견의 코에만 맡길 수는 없다. 특송화물 마약 검사는 화물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화물이 출발하면 내용물과 발송지 등이 담긴 적하목록이 세관에 제출된다. 정보분석팀은 발송지와 화물 명세 등을 종합해 우범화물을 선별한다. 국내에 도착한 화물은 X-ray 검사를 거치고, 일반적인 물품과 구조가 다르거나 밀도 변화 등 이상이 보이면 정밀검사 대상이 된다.

이날 검사대에서도 직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상자 하나를 열자 견과류 봉지가 여러개 나왔다. 옆에서는 과자가 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하나씩 살폈다. 겉보기에는 해외직구로 흔히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상자를 직접 여는 '개장검사'에서도 의심이 풀리지 않으면 칼 등 도구로 물품 내부까지 뜯어보는 '파괴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장 한쪽에는 휴대용 라만분광기도 놓여 있었다. 의심 물질에 분광기 빛을 쬐는 방식으로 20여종의 마약을 현장에서 판별할 수 있다.

문제는 정밀검사에 올릴 화물을 수십만건 가운데 먼저 골라내야 한다는 점이다. 검사장에서 상자를 여는 작업 못지않게 그 전 단계의 정보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손동열 특송우편총괄과 정보분석팀 주무관은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화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중에서 우범화물을 골라내야 한다"며 "검사뿐 아니라 적하목록과 반입 이력 등을 살피는 정보분석도 중요한 업무"라고 짚었다.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이 휴대용 라만분광기를 이용해 의심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고 있다. 라만분광기는 물질에 빛을 쬐어 마약류 여부를 현장에서 판별하는 데 활용된다. 사진=최승한 기자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이 휴대용 라만분광기를 이용해 의심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고 있다. 라만분광기는 물질에 빛을 쬐어 마약류 여부를 현장에서 판별하는 데 활용된다. 사진=최승한 기자

■과자·양념통·헤어젤…평범한 물건 속에 마약
평범해 보이는 물건도 의심이 들면 직접 열어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약을 숨기는 물건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는 태국발 특송화물의 스낵과 초콜릿 등 완제품 과자류에서 필로폰 4.9㎏이 적발됐다. 지난 4월에는 폴란드에서 들어온 자동차 연마제통 안에서 액상 케타민 1.2㎏이 나왔다. 장난감이나 생활용품에 숨기거나 정상 물품과 섞어 보내는 등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손 주무관에게도 '평범해 보이는 물건'을 그냥 넘길 뻔한 경험이 있다. 정보분석팀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양념통에서 케타민을 찾아낸 일이다. 처음에는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옆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뒤 다시 검사해 마약임을 확인했다.

탐지견도 사람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틈을 메운다. 탐지견이 특정 화물에 반응하면 해당 물품은 집중검사장으로 옮겨져 개장검사를 받는다.

정 주무관이 처음 마약을 적발했을 때도 탐지견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겉보기에는 일반 헤어젤과 다르지 않은 완제품이었다. 하지만 탐지견의 반응을 믿고 파괴검사를 진행했고, 안에서는 해시시 오일이 나왔다.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에서 반입된 특송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7월 하루 평균 약 32만건의 특송화물이 처리됐다. 사진=최승한 기자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에서 반입된 특송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7월 하루 평균 약 32만건의 특송화물이 처리됐다. 사진=최승한 기자

■'약물이 적발되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
지난 7월 인천공항에서 처리된 특송화물은 6748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32만건이다. 마약을 세밀하게 찾아내면서도 정상 화물의 통관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현장이 매일 맞닥뜨리는 딜레마다.

손 주무관은 "마약 은닉 화물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신속통관도 해야 한다"며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올해 7월까지 특송화물에서 적발된 마약은 141건, 172.6㎏이다. 전년 동기보다 건수는 33% 줄었지만 총량은 3%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마약 적발량도 767건, 1007㎏으로 국내 유입 목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적발 건수가 줄었다고 현장의 긴장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때 '단속망을 피해 다른 길이 뚫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고민이다.

손 주무관은 "마약이 계속 적발되고 있으면 우리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계속 안 잡히면 다른 경로로 빠져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마약탐지견 #우편총괄 #정보분석팀 #우범화물 #손동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