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노려 가짜 양주 먹이고 술값 '뻥튀기'… 35억원 챙겼다
부산경찰청, 61명 검거·1명 구속
조직원 6명 가혹행위 못 견뎌 신고
부산 번화가에 유흥주점을 차린 뒤 가짜 양주를 제조·판매해 수십억원을 챙긴 범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도망가거나 내부 규율을 위반한 종업원을 상대로 '원판 들고 러닝머신 위에서 무제한 달리기'를 시키는 등 잔인한 수법으로 조직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사기와 재산국외도피, 직업안정법상 무등록 유료직업소개사업 혐의로 61명을 검거하고, 이중 총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4월부터 부산도시철도 서면역 일대 주점 5곳을 운영하며 35억 상당의 가짜 양주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을 위해 조직을 결성한 뒤 조직원 간 총책과 실장, 마담, 웨이터, 호객꾼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후 자신들의 주점으로 취객을 유인해 인터넷 뱅킹 또는 현금 결제 방식으로 선결제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패턴과 비밀번호를 기억해 뒀다.
그러고는 피해자에게 미리 제조한 가짜 양주를 제공한 뒤 정신을 잃은 사이 빈 양주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술값을 부풀려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선결제 과정에서 기억해 둔 피해자의 휴대전화 패턴과 비밀번호를 통해 이체하거나 카드 출금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직원들은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총책은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지시했고, 마담은 여성 접객원의 사전 교육과 룸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손님이 단시간 내 잠들지 않으면 히터를 틀거나 가짜 양주 주문량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웨이터는 남은 양주를 모아 홍차 등과 섞어 가짜 양주를 제조했는데, 해당 양주를 직접 오픈해 마치 새양주인 것처럼 속였다.
특히 실장 역할을 맡은 조직원은 내부 규율을 위반한 종업원 상대로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조직의 이탈을 막았다. 경찰이 밝힌 그 수법은 잔인했다. 사우나에 감금시키거나 욕조 내 얼음물 강제입수, 헬스장에서 원판을 들게한 뒤 러닝머신 위에서 시간제한 없이 달리기를 시키는 등의 방식이다.
경찰은 지난 1년 6개월간 1000여명 상대로 피해 여부를 조사했는데, 대부분의 중년의 남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은 이들 조직의 영업장부와 범행 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35억원 상당의 가짜 양주 판매내역을 확인했다.
조직원의 실체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조직원 6명이 스스로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총책이 불시에 휴대전화를 점검하며 신고자가 차량에 감금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즉시 해당 차량을 추적하고, 112 상황실과 지구대와 연계해 조직원 45명을 우선 검거한 뒤, 여성 접객원을 공급한 무등록 보도업체 1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이 발각될 것을 대비해 총책 주도로 미리 진술을 맞추기 위한 대책 회의까지 했다. 실제 일부 조직원들은 범행을 부인하며 총책에게 유리하도록 진술 번복을 했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공범 2명도 쫓고 있는데, 조직원이 가상화폐로 도피자금을 지원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도피자금 2억원을 압수한 후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은 폭행·가혹행위 등 잔인한 수법으로 하부 조직원을 통제해 온 민생 파괴 범죄 단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백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