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에선 '피안성' 몰릴 때...베트남에선 산부인과가 대세[동남아 돋보기]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6> 베트남 의대생의 '원픽'은 산부인과
전공의 시험 전체 수석 산부인과 선택
난임 치료·개원 시장 성장에 따른 높은 소득 보장
부업에도 유리...내·외과 모두 경험도 '매력적'

베트남 의사들의 진료 모습. VN익스프레스 사이트 캡처
베트남 의사들의 진료 모습. VN익스프레스 사이트 캡처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한국에서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이 인기 전문의 과로 꼽힙니다.

베트남은 어떨까요?
베트남 최상위권 의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은 바로 산부인과입니다.

지난 9일 열린 하노이 의과대학(HMU)의 전공의 전공 배정 행사인 '매치 데이(Match Day)'에서 전공의 시험 수석 합격자를 포함해 성적 상위 20명 중 절반인 10명이 산부인과를 선택하면서 산부인과는 행사 시작 직후 가장 먼저 정원을 마감한 과가 되었습니다.

산부인과를 제외한 성적 상위 전공의의 선택은 심장내과(3명), 종양학과(2명), 성형외과(2명), 마취통증의학과(1명), 소아과(1명), 피부과(1명) 순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전공의가 되는 과정은 의대 졸업생 중에서도 극소수 상위권만 통과할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엘리트 코스로 꼽힙니다. 전체 의대생의 10%가량만이 전공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의대 졸업 당해 연도에 평생 단 한 번만 응시할 수 있고 재수가 절대 불가능합니다. 전공의 과정은 병원이 아닌 의과대학이 주관하는 3년제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13개 전공의 운영 과정 중 최고 명문인 하노이 의대의 경우 성적순으로 원하는 전공을 직접 호명하는 '매치 데이'를 거쳐 대형 국립병원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수석 합격자인 응우옌 득 안 꿘씨를 비롯해 1·2·3등 모두 산부인과를 호명해 산부인과 쏠림 현상이 특히 심했습니다.

매치 데이에서 산부인과의 독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전공의 시험 상위 20명 중 7명, 2024년에는 9명, 그리고 재작년에는 무려 12명이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등 최근 수년간 베트남 최상위권 의대생들의 '원픽'은 늘 산부인과였습니다.

왜 산부인과가 인기일까요?
현지에서는 산부인과의 인기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베트남 의료계에서는 과거 인기 과인 외과나 심장내과를 제치고 산부인과가 부동의 1위로 올라선 가장 큰 원인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높아진 몸값을 꼽습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함께 사립 병원, 고급 산후조리 서비스, 난임 치료(IVF) 및 개인 클리닉 시장이 가장 빠르게 활성화된 나라입니다.

베트남 의사들은 낮에는 국립 병원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개인 클리닉을 열어 부업을 하는 구조가 보편적입니다.

이에 산부인과는 초음파 정기 검진, 부인과 질환 치료 등 외래 환자를 기반으로 한 개인 병원을 개원하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합니다.

또, 최근 베트남 내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비롯한 난임·불임 치료 시장은 의료 산업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비급여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형 사립 병원들은 우수한 난임 전문의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과 성과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어 산부인과 의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출산을 앞둔 민씨는 본지에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 출산 연령이 점차 늦춰지면서 불임, 난임 클리닉 등을 이용하는 예비 엄마들이 많다"면서 "유명한 선생님 진료는 1달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산부인과만의 의학적·정서적 매력도 전공의들의 선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는 약물 치료 중심의 내과적 영역과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적 영역을 모두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어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문적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아울러, 과거 여의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베트남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서 남녀 의사 모두에게 열려 있는 근무 환경도 특징이라고 합니다.
올해 수석 합격자인 꿘씨도 남성입니다.

또, 병원에서 유일하게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환자와 보호자가 웃으며 문을 나서는 행복한 과라는 점도 '정서적 강점'이라고 현지 매체는 분석했습니다.

[동남아 돋보기]는 글로벌 공급망과 외교·안보의 핵심 요충지로 부상한 동남아시아의 주요 현안과 비하인드 뉴스를 현지에서 생생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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