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령 국장,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임상적 유효성 인정"...'75세 이상 단계적 도입' 우선순위로 추진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80%를 웃돌지만, 정작 예방효과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 같은 '접종률과 보호효과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도입 검토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예방 효과를 높인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NIP 도입을 우선 검토 과제로 제시하면서다. 높은 접종률을 유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보호 효과까지 국가예방접종 정책의 성과로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보건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 혁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질병청은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한 백신 전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75세 이상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도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통령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국가예방접종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접종률뿐 아니라, 실질적 보호 효과 등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성과 지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NIP 도입을 우선 검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질병 부담과 백신 예방효과, 비용효과성,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구체적인 도입 대상과 지원 방식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접근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정 국장은 "일본과 유사하게 75세 이상에 대해 일단 일괄 도입을 하고, 그 다음 연령을 낮춰가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재정 당국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어떤 여력이 있는지에 따라 대상자와 접종 방법 등을 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확정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이 고령층 백신 정책의 고도화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높은 접종률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고령층의 질병 부담이 있다. 고령층은 면역노화로 인해 표준용량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충분한 예방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층은 인플루엔자 감염 시 입원과 중증화 위험이 높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질병 부담이 더욱 커진다.
국내 8개 대학병원 39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HIMM 연구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확인됐다.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효과(VE)는 50~64세에서 46.8%였지만 65세 이상에서는 18.8%에 그쳤다. 입원 예방효과 역시 50~64세에서는 48.3%였지만 65세 이상에서는 10.1%로 큰 격차를 보였다.
이에 면역노화를 고려해 보다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활용해 고령층의 실질적인 보호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면역원성 백신인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은 기존 표준용량 백신보다 항원 함량을 높여 면역노화가 진행된 고령층에서 보다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개발됐다.
정 국장도 고령층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백신 전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면역 저하를 고려해 어르신의 특성을 감안한 가장 적합한 백신으로 전환하는 것이 굉장히 시급하다는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웃 국가들에서는 재정 여건과 질병 위험을 고려해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적용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대만은 경제성 평가와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2026~2027 시즌부터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우선 대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일본 역시 연령과 위험도를 고려한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면적인 전환보다는 고위험군을 우선 보호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질병 부담이 크고 현재 사용되는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며 "65세 이상 전체 고령자에게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건강 편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제한된 예산을 고려하면 가장 고위험군인 75세 이상 고령자와 요양시설 거주 65세 이상 고령자부터 지원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예산이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기존 표준용량 백신보다 가격이 높아 고령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면 도입에는 재정 부담이 따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도입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중증·사망과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함께 고려해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이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을 우선 검토 과제로 제시한 만큼, 그간의 임상적 필요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고위험군 우선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정 국장은 "향후 예산 편성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