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더지잡기' 같은 규제
"킥보드는 사라졌지만 거리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를 취재하던 중 송태진 충북대 도시공학과 부교수가 한 말이다. 전동킥보드를 없애면 보행자가 안전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전기자전거 이야기가 돌아왔다. 전동킥보드는 위험하다며 통행금지 구역까지 만들면서 정작 비슷한 속도로 보행자 곁을 오가는 전기자전거는 안전 논의에서 비켜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개인형 이동수단을 둘러싼 규제는 '두더지 잡기'를 닮았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늘자 킥보드를 규제하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이동수단이 채우는 식이다. 문제는 눈앞의 두더지가 아니라 새로운 두더지가 계속 나타나는 판 자체에 있을지 모른다.
오는 30일부터 서울 대치동과 반포동 등 학생 보행량이 많은 학원가에 전동킥보드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반포 학원가를 직접 걸어보니 전동킥보드가 사라진 자리엔 공유 전기자전거가 채워져 있었다. 인도 곳곳에 세워진 전기자전거가 보행 동선을 가로막았고, 좁은 골목에서는 보행자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킥보드는 사라졌지만 보행자가 느끼는 아찔함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보행자에게 바퀴 두 개가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보행로를 가로막거나 바로 곁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면 전동킥보드든 전기자전거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이나 시각장애인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보행자에게는 이름만 다른 '위험한 이동수단'일 뿐이다.
문제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하고 확산하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처방이 나왔다. 하지만 이동수단을 하나씩 골라 규제하는 방식이라면 또 다른 이동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논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통행금지 구역 역시 지도 위에 선 하나를 긋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업체가 지오펜싱 기술을 활용해 주차와 반납을 제한하더라도 이용자가 해당 구역을 타고 지나가는 것까지 차단하기 어렵다. 결국 CCTV와 현장 단속 등 공공의 관리체계를 갖추고 위반행위에 실질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제 안전의 기준을 이동수단의 '이름'에서 실제 '위험'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전동킥보드인지, 전기자전거인지보다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보행자와 동선이 얼마나 겹치는지, 어디에 세워지는지를 따질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