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인격을 길러주는 학교 교육

파이낸셜뉴스
정지우 전국부장
정지우 전국부장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은 늘었는데 자신이 가해했다고 답한 학생은 줄었다. 교육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전체 피해응답률은 2.9%, 가해응답률은 0.8%였다. 전년과 견줘 피해 호소는 증가하고, 가해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감소했다. 초등학교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피해와 가해 응답률이 각각 5.7%, 1.6%로 집계됐다. 괴리는 4.1%p다. 2025년도에는 2.6%p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자기보고식 조사라는 특성에서 '학생들의 인식 격차' 원인을 찾았다. 같은 행동을 놓고도 당한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받아들이지만 상대 학생은 장난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별명을 부르고, 싫다고 하는 친구에게 억지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고 해보자. 재미로 했거나 별다른 뜻이 없었다고 해도 당하는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일 수 있다.

과거에는 학교도, 부모도 이런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흔했다.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권하거나 친구 사이의 일이라며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장난은 더 과격해지면서 괴롭힘이 됐다.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거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생겼다. 학교폭력 신고와 심의 절차가 강화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물론 신고가 들어왔다고 학교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의 다툼인지 반복적 괴롭힘인지, 서로 장난을 주고받던 사이였는지 한쪽만 계속 불편해했는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당사자들의 말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절차에 맞춘 면밀한 조사 없이 성급하게 화해를 권했다가는 피해 학생의 고통을 가볍게 봤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교육지원청 심의까지 간 사안 가운데 22.1%는 '학교폭력이 아님'으로 판단됐다.

교육부가 현장에서 들은 얘기도 비슷하다. 친구끼리 장난을 치다 다툰 일, 서로 말을 주고받다 감정이 상한 일까지 학교폭력 사안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반대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장난처럼 보였지만 한 학생에게만 같은 행동이 계속되면서 괴롭힘이 되는 사례도 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몇 줄짜리 기준만으로 가르기 어려운 이유다.

학부모 역시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되면 선뜻 물러서기 어렵다. 먼저 사과했다가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한다. 이럴 경우 자칫 학교폭력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고 진학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시작한 일이 부모와 학교를 거쳐 교육지원청 심의까지 가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다시 아이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겨둘 수는 없다.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게 하는 것만이 가르침은 아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친구를 대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알려주는 것도 교육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지키고, 다른 사람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가르치듯 친구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멈춰야 하고, 여러 명이 한 사람을 계속 놀리거나 놀이에서 빼는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고통을 줄 수 있는지도 알려줘야 한다. 자신에게는 장난이었는데 상대에게는 괴롭힘일 수 있다는 이번 조사 결과를 가볍게 볼 수 없는 까닭이다.

핀란드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키바(KiVa)'를 통해 평소 수업에서 괴롭힘이 무엇인지 배우고, 토론과 역할극을 벌인다고 한다. 괴롭힘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친다.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아니라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수업 안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학교 안의 일을 '아이들 세계'라고 넘기던 시대는 지났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도 아니다. 제재에 앞서 무엇이 옳고 그른 행동인지부터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면서 인격까지 길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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