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이 공공기관 이전 발목 잡는 일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삼성전자 노조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과 관련한 교섭 요구에 대응해 공장 신설·이전 등 경영상 결정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국회 질의 답변 등에서는 그로 인한 근로조건 변동은 교섭 대상이라고 해석해 노란봉투법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부가 만든 지침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최근 노동부에 '인력 배치 전환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교섭·파업의 대상이 되는지'를 서면 질의했다. 노동부는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10일 설명 자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로 인한 배치 전환 등 인력운영 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확정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해당 사항은 교섭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상 결정 자체는 교섭 의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공기관 이전까지 노사 교섭의 범위에 포함된 셈이다.
정부는 앞서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에 대해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에 맞춰 올해 4·4분기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배치 전환 반대 파업까지 불사한다면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노동부는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내년도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공언하자 이번 지침을 내놓았다. 이 지침은 공장 신설·이전 등 사업주의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하지만 공장 신설·이전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교섭 및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장 이전에 따른 배치 전환과 근무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수당·통근비·이주비 지원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새 지침에도 현장 혼선이 가시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은 신규 설비 가동을 위해 숙련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한데, 배치 전환 교섭이 길어지면 투자 일정과 생산 개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침이 노조의 이전 저지 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역효과가 우려될 정도다.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통근버스 유지, 주거 지원, 수당 보전 등 각종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어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화와 협력으로 합리적 타협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노동부 설명은 원론적으로 옳다. 하지만 교섭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노사 자율에 맡겨서는 혼란을 막기 어렵다. 노조가 지침의 범위를 넘어 무리하게 교섭을 요구하면 행정지도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은 한계가 있다. 노동조합법을 보완하거나 시행령에 명확한 기준을 담는 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