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원전 8기 중 2기 '국산 APR1400' 검토…美 원전과 차이는?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로 13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8기 건설 사업이 부상하면서 국산 APR14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8기 중 6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으로, 2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으로 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AP1000과 APR1400은 모두 3세대 플러스 가압경수로(PWR) 기반 원자로다. PWR은 보편적인 상업용 원전으로, 고압의 물로 원자로의 뜨거운 열을 식히고, 열에너지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두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에 있다. 미국 AP1000의 경우 피동형 안전 계통을, 한국 APR1400은 능동형 안전 계통 위주의 방식을 채택했다.
피동형 안전 계통이란 원전 사고 시 펌프나 디젤 발전기 같은 기계 장치나 외부 전원에 의존하지 않고 중력이나 자연대류 같은 자연의 물리력만으로 노심 냉각 등의 안전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설계다.
반면 능동형 안전 계통은 펌프나 발전기 등 외부 전력 장치가 필요한 방식으로 사고 시 운전원(사람)이 개입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피동형 안전 계통이 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목도가 더 높아진 설계 방식이기도 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비상 발전기가 침수, 능동형 안전 계통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경우 대부분 피동형 안전 계통을 채택하는 추세다.
피동형을 채택한 AP1000은 극단적인 사고 상황에서도 전기 공급 없이 72시간 동안 원자로 스스로 안전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격납건물 상부에 대형 수조를 배치해 중력만으로 냉각수를 떨어뜨리고, 외벽의 공기 대류를 통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비상 펌프나 복잡한 배관을 최소화해 전체 구조를 단순화했다는 이점이 있다.
APR1400은 능동형을 채택했지만, 다중 설계를 적용해 한 계통이 고장 나더라도 대체 설비가 즉시 가동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피동형 수소 제거 설비를 통한 수소 폭발 방지, 지진 발생 시 자동 정지, 이동형 발전기 확보 등 안전 체계가 추가로 보완됐다.
'건설 리스크' 적은 APR1400
실제 시공에선 APR1400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미국 AP1000은 피동형 안전 설계를 통해 구조를 단순화했지만, 모듈화 공법이라는 신기술 적용에 따른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 원전 분야 전문가는 "레고 블록처럼 미리 대형 블록(모듈)을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의 모듈화 공법은 최초부터 설계를 확정하고 수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오차 발생 등으로 설계를 수정하려면 모듈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AP1000을 적용한 미국 보글 원전 3호기의 경우 높은 공사 난도에 더해 웨스팅하우스 파산과 건설비 폭등까지 겹치면서 준공이 7년가량 지연됐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됐지만, 실제 상업 운전은 2023년에 진행됐다.
반면 APR1400은 뛰어난 건설 시공성과 공기 준수 능력이 검증된 모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독자적인 대형 원전 건설 노하우와 원전 공급망이 결합한 결과다.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 완공에 성공했다.
업계는 이번 대미 투자에서도 APR1400의 사업 리스크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수 건설 경험을 보유한 APR1400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고 AP1000을 건설한 경험은 부족하다"며 "미국이 원전 건설 경험이나 공급망이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APR1400의 사업 리스크가 더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