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큰형님' 국민연금의 변심 [고금리 뉴노멀中]
16년 만에 주식·채권 비중 완전히 역전
2010년 채권 70.7%→올해 21.3%
주식은 23.1%→64.5%로 급증
국내채권 비중 66.6%→15.4%
투자액도 344조→288조로 감소
[파이낸셜뉴스] 국내 채권시장의 '큰형님'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010년 '채권 7·주식 2'였던 포트폴리오는 올해 '채권 2·주식 6'으로 완전히 뒤집혔다. 특히 국내채권 투자액은 최근 1년 반 동안 56조원 넘게 줄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국내에서는 국고채를 비롯한 초우량채 공급이 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국민연금의 채권 수요는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대외 금리 상승과 국내 수급 불균형이라는 '이중 압력'이 맞물리면서 국고채 금리의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1년 반 만에 국내채권 투자 56조 감소…비중도 급감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내채권 투자액은 2024년 말 34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04조8000억원, 올해 6월 말 287조8000억원으로 1년 반 만에 56조5000억원 줄었다. 국내채권 투자액이 2010년 215조9000억원에서 2020년 326조1000억원까지 매년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다.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비중이 낮아져도 투자액은 늘어나던 과거 흐름이 깨진 것이다.
기금이 계속 불어나는데도 국내채권 보유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비중 변화도 가파르다. 올해 6월 말 국민연금 금융부문 자산 1864조8000억원 가운데 국내주식은 29.1%, 해외주식은 35.4%로 전체 주식 비중이 64.5%에 달했다. 국내채권은 15.4%, 해외채권은 5.9%로 전체 채권 비중은 21.3%에 그쳤다. 대체투자 비중도 14.0%로 자산배분의 무게중심이 전통적인 채권에서 주식과 대체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채권 투자 비중은 70.7%로 주식(23.1%)의 3배를 웃돌았지만 2020년 주식 44.3%·채권 44.5%로 비등해진 뒤 올해 완전히 역전됐다. 특히 국내채권 비중은 2010년 66.6%에서 2020년 39.1%, 2024년 말 28.4%, 지난해 말 20.9%, 올해 6월 말 15.4%로 16년 동안 51.2%p 떨어졌다.
■"채권 수요, 공급 맞추는 데 한계"
문제는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수요가 약해지는 것과 동시에 시장이 소화해야 할 채권 공급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적자 지속으로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로 기관투자자의 국채 수요가 공급에 걸맞게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고채뿐 아니라 특수은행채와 공사채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특은채는 국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과 혁신성장,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시장성 자금조달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
공사채도 공급 확대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상 37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올해 778조3000억원에서 2030년 997조4000억원으로 219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공기관의 늘어나는 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금융부채를 통한 조달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에 공사채 발행 규모 역시 이전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국고채·특은채·공사채 등 초우량채 공급은 늘어나는 '수급의 엇박자'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장기물 받아줄 국내 수요 기반 약화 우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장기채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연기금이 보유한 국채의 평균 잔존만기는 8.3년으로 외국인(5.3년), 은행(2.5년)보다 길었다. 연기금의 비중 축소가 단순한 투자금 감소를 넘어 장기물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국내 수요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수요 저변을 외국인과 개인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개인 자금만으로 국민연금 등 장기 기관투자자의 수요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외국인 수요에만 기대기도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나 금융위기·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할 경우 외국인의 대규모 국채 매도와 추종매매가 나타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