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되풀이되는 고위직 검증 실패, 인사시스템 재점검을

파이낸셜뉴스

용혜인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김승원 청문회 검증의 장 돼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내고 "후보자 스스로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상황을 놓고 볼 때 이번 사퇴 논란은 인사검증 실패가 낳은 참사로 읽힌다. 애초에 검증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들이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서야 뒤늦게 정리됐다는 방증이다.

돌이켜 보면 현 정부 들어 지명됐다가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전 의원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한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하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인사 추천과 검증 라인에 구조적 허점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 사퇴로 봉합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국민이 인사검증 자체를 신뢰하겠는가.

이번 용 후보자 사퇴는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 검증 과정에서 큰 파문을 낳고 있어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용 후보자를 먼저 정리해 당력 소모를 줄이고, 김 후보자를 지키는 데 힘을 모으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후보자를 둘러싼 자격 시비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인사청문회 자체가 파행 위기에 놓일 지경이다. 후보 검증 논란의 중심에 선 용 후보자가 주저앉은 이상 여당이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켜 김승원 구하기에 전력투구할 것이란 지적이 야당 측에서 강하게 제기된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자질 논쟁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 정부가 집권 1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지율 하락 속에 중폭 이상 개각을 단행, 여론 반전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운영 철학을 이해하고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여야 할 장관 후보자들이 자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국정동력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해도 인사가 만사라는 메시지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인사에서 신뢰를 잃으면 국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후보자 지명 과정부터 면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적임자를 선별하고 면밀한 크로스체크로 위험요인이 있는지 필터링하는 인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국회 인사청문회도 정쟁의 장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가리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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