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달 새 200원 출렁인 환율, 변동성 관리 철저히
3분기 원화절상률 G20 중 1위
中企 환헤지 지원도 확대해야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7월 초 1550원을 웃돌던 환율은 이달 들어 장중 1330원선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움직였다. 3·4분기 들어 원화 가치 상승 폭은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 일본 엔화와 비교하면 절상률이 3배에 달한다. 올해 월평균 환율 변동 폭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고환율 쇼크를 걱정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가파른 원화 강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환율이 널뛰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쌓인 달러를 기업들이 대거 원화로 바꾼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들은 법인세와 국내 투자 등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달러를 다량 매도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 엔화 변동, 급변하는 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도 환율 변동을 키웠다.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팔려는 움직임까지 가세하면서 하락세가 증폭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 가치 상승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순 없다.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가격을 낮춰 기업의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해외 유학·여행 등 가계의 외화 지출 부담도 줄여준다. 반대로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원화 환산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주체마다 이해가 엇갈리는 만큼 어느 수준을 좋은 환율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문제는 과도한 변동 폭과 속도다.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두 달 뒤 대금을 받는 기업의 경우 그사이 환율이 달러당 200원 떨어지면 원화 환산 수출대금이 2억원이나 줄어든다. 이익률이 낮은 기업이라면 수출을 하고도 남는 게 없어질 수 있다. 수입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환율이 급등하면 원자재 수입가격과 달러 결제대금이 크게 늘어 원가와 자금 부담이 급증한다.
그나마 대기업은 선물환이나 통화옵션, 해외 생산·조달을 통한 자연 헤지 등으로 상당 부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이 수출계약과 설비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결국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진다.
환율 변동성의 충격은 실물경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환율이 급등락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환위험이 커지고 국내 주식·채권 투자의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은 다시 환율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환율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신속하고 정교한 시장 안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막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투기적 거래나 일방적인 수급 편중으로 환율이 급변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즉시 가동해 급격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외환시장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 규모에 걸맞게 거래 주체와 유동성을 늘려 소수 대규모 주문만으로 환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환변동보험 등 중소 수출기업의 환헤지 지원을 확대해 환율 급변에 따른 충격을 줄여줘야 한다. 환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투자를 지키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