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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파이낸셜뉴스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어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지 수개월, 산책과 교육에 한창인 초보 견주는 작은 생명의 온기 속에서도 문득 고민에 빠지곤 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반려견이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지지만,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법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기 때문이다.

초보 견주가 먼저 마주하는 법적·윤리적 갈등의 하나는 중성화 수술이다.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이나 손상을 엄격히 금지하면서도, 질병 예방이나 번식 제어와 같은 수의학적 목적의 중성화는 허용한다. 그러나 인간의 관리 편의와 동물의 행복 추구 사이에서 과연 어디까지가 정당한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막 시작된 한 생명의 일생을 책임져야 할 보호자의 어깨가 가볍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는 동물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행 민법 체계에서 동물은 여전히 재산권의 객체인 '물건'에 불과하다. 반면 동물보호법은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전제하며, 동물 학대를 엄격히 금지한다. 우리 법제는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면서도, 재산권 영역에서는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법적 이중성은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의 과실로 반려견이 목숨을 잃더라도 가해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반려견은 재물에 해당하므로 고의 없는 과실재물손괴는 처벌규정이 없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만 지게 된다. 반면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한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견주는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과실치상죄나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생명체인 반려견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재물로 취급되어 법적 보호가 미흡하지만, 피해를 주었을 때는 견주에게 중한 책임을 묻는 법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법무부는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개최하며 민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8%가 민법상 동물을 일반 물건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이 이미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현실 속에서, 법률과 현실 사이의 간극 해소는 이제 일부의 주장을 넘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당장에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사람과 같은 권리 주체로 승격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해법은 반려동물을 사람과 물건 사이의 독립된 객체로 인정하고, 특성에 맞는 법률관계와 제도적 기반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권 행사의 합리적 한계를 설정하고 압류 금지, 상해나 사망으로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합당한 위자료 배상과 같은 제도적인 보완책이 충실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은 펫보험이나 헬스케어와 같은 연관 산업이 안착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온당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담론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명으로 존중하면서도 인권이나 사회 안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낼 것인지 또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바로미터라 할 것이다.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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