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외국인 계절근로자 11만명인데… 비정규직 10명이 관리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앙계절근로 전문기관 신설
내년 예산 14억에 인건비가 절반
불법 브로커·근로자 이탈 문제 등
관리 전담할 정규직 30명 있어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11만명인데… 비정규직 10명이 관리

농번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11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총괄할 전담기관의 인력은 전원 비정규직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는 일손 부족을, 지방자치단체는 인력 유치 난항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전문성과 지속성을 외면한 정부의 '탁상 예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업계는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급증하는 만큼 국회에서 증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신설된 '중앙계절근로 전문기관'은 외국인 계절근로(E-8 비자) 제도가 운영되도록 지자체 업무를 총괄 지원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농·어번기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3개월에서 8개월까지 단기간 외국인을 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소관 법률 부처인 법무부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5년간 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14일 법무부 및 농정원에 따르면 중앙계절근로 전문기관 내년도 예산안은 14억63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약 5억9100만원이 인건비(10명)로 반영됐다. 올해 전문기관이 신설되고, 사실상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기관 인력 전원이 모두 비정규직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농정원은 올해 예산 6억4000만원을 법무부의 다른 사업으로부터 받아 계약직 2명을 채용했다. 현재 농정원은 기존 직원 4명을 더해 총 6명 체제로 운영된다.

법무부가 중앙계절근로 기관을 만든 이유는 계절근로 인력 유치 과정에서 불법 브로커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지금껏 계절근로는 국내 지자체가 외국 지자체와 직접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현지에서 근로자를 선발해 초청하는 방식이었다. 대규모 인력을 한 번에 확보하기 쉽지만 현지 모집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 무단 이탈이 불거졌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전문성이 없는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이 해외 MOU 대상을 직접 찾기 어려워서다.

당초 기관의 핵심 역할은 계절근로자를 데려오기 위한 MOU 체결 지원이다. 기관이 베트남 등 계절근로자 송출국과 협력해 채널을 확보하면 지자체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에 법·제도 모니터링, 지자체 교육을 수행하려면 최소 정규직 30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한 해외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선 전문성을 쌓을 정규직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출범부터 인력난에 시달리는 셈이다.

계절근로제와 유사한 고용허가제(E-9 비자) 경우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 161명이 연간 5만여명의 외국인 인력수급을 관리한다. 한 해 예산이 230억원 안팎이다. 농정원 관계자는 "농업 외국인 인력은 구조적 문제가 결합돼 있어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총인건비제도 규제를 받는다. 재정경제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정원을 초과해 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와 협의했으나 예산안 편성·심의 과정에서 조정됐다"며 "향후 실제 업무량과 현장 수요 등을 면밀하게 살펴 전문기관 역할 수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적정하게 확보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절근로자의 선발 및 관리는 지자체가, 배정심사와 체류관리, 인권보호는 법무부가 각각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부처 간 '엇박자 행정'도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계절근로 기관은 농식품부 산하 농정원 소속이지만 예산권은 법무부가 쥐고 있어 농식품부사 정책에 참여하거나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농식품부는 전담기관과의 연계 대신, 농협 중심의 '농촌인력중개센터'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따로 굴리는 실정이다. 외국인 비자 발급과 현지 MOU 관리(법무부·농정원)는 농가 현장의 인력 수급 모니터링(농식품부)과 분리돼 작동하는 것이다.

한편 농촌 일손 부족은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로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점차 높아진 때문이다. 지난해 법무부 '외국인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고용인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2.5%에서 2034년 68.1%로 늘어날 전망이다. 계절근로제와 밀접한 임시직 농업인력 부족인원은 불법체류자 미포함시 연 497만명에 이른다. 농가 41.1%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농식품부 #비정규직 #중앙계절근로 기관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번기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