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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산업 바꾸는 中, 가격표 바꾸는 韓

파이낸셜뉴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

한때 중국 경제의 활력과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아파트가 지어지면 철강·시멘트·가전 수요가 늘고,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 매각으로 재정을 확보해 주민 보상, 기반시설 건설, 도시개발, 부채상환 등에 사용했다. 부동산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방재정과 금융, 투자와 소비를 연결하는 중국 경제의 거대한 순환장치이자 성장엔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헝다집단을 비롯한 대형 개발업체의 몰락과 주택 가격 하락은 부동산 중심 성장모델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중국 정부가 그 빈자리에 밀어 넣고 있는 것이 첨단산업이다.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반도체·인공지능(AI)·로봇·첨단장비·바이오·신에너지 등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갈아 끼우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산업의 성장엔진뿐 아니라 돈이 흐르는 물길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중국의 산업자금은 그동안 주로 은행 대출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자본시장을 통한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변화는 부동산에서 기술로,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자산 가격 상승에 기댄 성장에서 첨단산업에 기반한 성장으로 경제의 핵심 축을 옮기는 거대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최근 상하이 커촹반(科創板)에 상장된 D램 생산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로봇업체인 유니트리로보틱스 등 반도체와 로봇 기업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교한 의도가 숨어 있다. 증시를 주식 거래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본의 배분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산업구조를 바꾸는 자금줄로 변하고 있다면 한국 증시의 변화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조선·방산·원전·배터리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많다.

그런데도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증시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신, 취약한 지배구조, 지정학적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좋은 기업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데 있다. 한국 경제는 어려움이 있지만 오랜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장기적으로 상당히 큰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부동산에서 첨단산업으로 성장엔진을 바꾸어 증시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면,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원전 등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 주주권 강화 등을 내걸고 재평가를 통해 기업의 가격표를 바꾸어 가는 중이다. 양국의 두 변화가 성공한다면 한중 경제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줄 곳은 주식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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