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60년 울산CLX에 AI 심는다…'듀얼 브레인' 전환 추진
머신러닝 모델 7개 구축…운전·정비·안전 AI 적용 확대
2030년 연 1000억원 생산성 향상·가동정지 제로 목표
【파이낸셜뉴스 울산=김미희 기자】SK이노베이션이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울산Complex(울산CLX)의 운전·정비·안전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제조 AX'에 나섰다. AI가 공정과 설비 데이터를 상시 분석해 운전 조건과 이상 징후를 제시하고 현장 엔지니어가 최종 판단하는 '듀얼 브레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0일 찾은 울산CLX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에서도 온도와 압력, 원료 투입량 등 공정 데이터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울산CLX는 약 250만평 부지에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생산시설 등이 집적된 생산기지다. 1964년 국내 최초 정유공장을 가동한 이후 증설을 거쳐 현재 5개 정유공장에서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한다. 약 3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울산CLX에는 98개 공정이 연결돼 있다. 한 공정의 온도·원료 투입량 변화가 다른 공정의 생산량과 품질, 에너지 사용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개별 공정만으로 전체 운전을 최적화하기 어렵다.
기자가 방문한 HOU 조정실 일부 공정에는 첨단공정제어(APC)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APC는 운전 변수 변화에 따른 결과를 계산해 목표한 운전 결과를 얻기 위한 설정값을 제시한다.
울산CLX의 AX는 AI가 정유공장을 대신 운전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기존에 제어·최적화 시스템에 AI 분석을 더하고 60년간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연결해 운전 효율과 설비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에 가깝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다음 단계가 듀얼 브레인이다. 공정과 설비 데이터를 24시간 분석하는 '브레인 AI'가 이상 징후와 최적의 운전 조건을 제시하고, 현장 엔지니어가 이를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실제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머신러닝 모델을 만든 것은 7개"라며 "기존 최적화 프로그램과 연계해 추가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98개 공정 가운데 AI 기반 최적화를 몇 개까지 확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울산CLX는 생산·유틸리티 최적화, 설비이상예측, 정비계획, 안전·보건·환경(SHE) 등 5개 제조 AI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스팀과 전력·용수 사용을 최적화하고, 주요 회전기기의 진동·온도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방식이다. CCTV와 가스 측정기, 설비 센서, 작업자 위치 정보 등에 영상인식 AI를 결합한 안전관리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드론 역시 단순히 운용 대수를 늘리기보다 고소 설비 검사 등을 통해 축적한 현장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예지정비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울산CLX는 우선 예측모델과 AI 에이전트 개발·검증을 시작으로 데이터 인프라 확충과 브레인 AI 신뢰성 확보를 거쳐 오는 2030년 이후 AI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2030년 목표는 연간 약 1000억원 규모 생산성 향상과 설비 가동정지 제로, 중대재해 제로다. 다만 생산성 개선 효과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이나 실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 팀장은 AI 적용에 따른 생산성 증가율과 관련해 "어떤 기준으로 수치를 측정할지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울산 제조 현장의 AX를 SK이노베이션 사업 전환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SK이노베이션이 AX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울산이 제조 AX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으면 국내 산업 전반의 AI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