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인간쓰레기' 무례하지만 모욕죄 아냐"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1·2심 유죄 뒤집고 파기환송... "일시적 감정 표출"
"차별·혐오 기반 아니면 형벌권 개입 신중해야"

대법원 전경. 사진=김동규 기자
대법원 전경.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말다툼 도중 나온 거친 표현이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무례하거나 예의에 벗어난 정도에 그친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가운데 모욕 부분을 지난달 12일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10월 입원해 있던 한 의원 병실에서 함께 입원 중이던 20대 여성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B씨가 누운 채 휴대전화를 보는데 눈이 부시다며 병실 전등을 끄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충전하려고 공용 전화기 플러그를 뽑은 것이 발단이었다. A씨는 이를 지적했으나 B씨가 수긍하지 않자 감정이 격해져 다른 환자들이 듣는 가운데 "인간쓰레기네"라고 말했다.

A씨는 이와 별도로 2021년 서울구치소 인근 도로에 경찰관과 교도관이 금품을 받고 불법 영업을 묵인해줬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이 적힌 현수막을 설치해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말다툼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나온 발언을 형법상 모욕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표현이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뜻한다.

1심과 2심은 모두 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명예훼손 혐의까지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2심은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양형부당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어떤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라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발언이 B씨의 행동에 대응해 불만이나 분노 감정을 거칠게 나타내면서 한 단발적이거나 즉흥적·충동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봤다. B씨의 주관적 감정을 상하게 하는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보일 뿐, 객관적으로 B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일시적 감정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은 성별·인종·장애·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욕죄의 잣대를 들이대어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표현 자체만 떼어내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발언이 나온 경위와 구체적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2년 8월과 지난 5월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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