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리미엄 약화되나… 농협·iM지주 회장 인선 '안갯속'
KB금융 회장 연임 불발 이변에
금융업 지배구조 선진화 '영향권'
시장·주주 납득할 명분 중요해져
연말 자회사 CEO 선임도 촉각
금감원 '나눠 먹기식 승계' 경고
8대 금융지주 출범 이후 정식 선임된 회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KB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이 실패하면서 회장 인선을 앞둔 NH농협금융지주와 iM금융지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사의 '나눠 먹기식'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도 엄정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혀 지배구조 선진화 이슈가 하반기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다.
■역대 회장 과반이 연임 성공
15일 본지가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금융) 출범 이후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 37명을 분석한 결과 20명(54.1%)이 한 차례 이상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한 회장도 정식 선임 절차를 거친 경우 집계에 포함했으며, 회장 직무대행은 제외했다.
이 가운데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등 5명은 두 차례 이상 재선임됐다.
금융지주별로 연임 성공 비율은 차이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역대 회장 4명 모두가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과 JB금융도 역대 지주 회장들이 연임 문턱을 넘었다. BNK금융은 4명 가운데 3명, 우리금융은 7명 가운데 3명이 연임했다. 반면, KB금융은 역대 지주 회장 5명 가운데 윤종규 전 회장만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금융지주 인선에서도 '현직 회장 프리미엄'은 작동했다. 지난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한 데 이어 올해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잇달아 연임했다.
■KB'세대교체', 농협·iM금융 주목
4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이 현직 회장의 연임을 택한 가운데, 지난 11일 KB금융지주는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며 '변화'와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금융계의 예상을 깬 결과가 나오면서 차기 회장 인선을 앞둔 NH농협금융과 iM금융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음 시험대는 이달 말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가는 iM금융이다. 황병우 iM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이다. iM금융은 내부 규정으로 현직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고 있어 이달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될 전망이다.
iM금융은 인선을 앞두고 지난달 회장 후보 자격 요건을 구체화했다. 후보자는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최근 5년 이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나 부행장·부사장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춰야 한다. 주주총회 승인일 기준 만 67세 이하라는 연령 요건도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새로 마련된 '최근 5년 이내' 고위 경영진 경력 요건이 현직인 황 회장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준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 현장을 떠난 지 5년이 넘은 외부 인사의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iM금융 관계자는 "최근까지 CEO 등 경영진으로 근무한 인사가 조직 관리와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후보자를 찾고자 요건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도 내년 2월 2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전망된다. 농협금융은 출범 이후 역대 회장 8명 가운데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 2명만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전례가 많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KB금융이 선택한 '변화'가 향후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은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고 양종희 회장도 첫 연임 도전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교체라는 이변이 나온 만큼 iM금융을 비롯해 연임을 추진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이전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해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의 '나눠 먹기식'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도 들여다 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은행장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지주 자회사 CEO 경영승계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 대부분의 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계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