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평등부 장관 '깜깜이' 인선 기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강선우 전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부처의 간판은 바뀌었지만 장관 인선을 둘러싼 혼선은 반복됐고, 정치권에서는 부처 존폐론까지 나오고 있다. 두 차례 인선을 지켜보면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하는 성평등은 무엇이고, 성평등가족부에 기대하는 역할은 대체 무엇이냐고.
애당초 원민경 현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왜 바꾸려 했는지부터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성뿐 아니라 남성 역차별의 목소리도 정책에 반영해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원 장관은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이해 국정과제 정책들을 본격 실현시키는 단계인 만큼, 원 장관이 이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을 국민들 앞에 보여야 할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딱히 정책 실패를 한 것도 아닌 데다 여성·인권 변호 분야에 전문성까지 있는 장관을 느닷없이 왜 교체하려는 걸까.
물론 용 전 후보자와 강 전 후보자는 뚜렷한 상징성이 있다. 용 전 후보자는 1990년생 '워킹맘' 소수정당 대표로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철학을 공유한다. 강 전 후보자도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며 동시에 미국 유학과 교수 생활을 거친 정치인이다.
다만 상징성과 장관으로서 적합성은 별개다. 용 전 후보자는 여성·아동 대상 범죄의 수사공백 우려가 제기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며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강 전 후보자도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던 시절 가까이서 살뜰히 챙기는 인사로 기자들 사이에서 정평이 났지만 보좌진 갑질 의혹에 답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인선 과정을 되짚어봐도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친화성 외에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 정책을 관통하는 뚜렷한 기준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같은 부처에서 두 차례나 인선이 흔들리고 별다른 실책이 없는 전문성 있는 현직 장관을 왜 교체하려 했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면 인사권자의 기준을 물을 수밖에 없다. 용 전 후보자도 사퇴 전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자께서 나에게 기대한 바가 있어서 지명했다고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침 이 대통령은 오는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선다.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성평등·가족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용 전 후보자가 말한 인사권자의 '기대'는 무엇이었는지 대통령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email protected] 송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