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의 붓끝으로 조선을 보다…216점에 담긴 '인간 정선'
대구간송미술관, 겸재 탄신 350주년 특별전
정선 작품전 국내 역대 최대 규모…216점
'경교명승첩'·'해악전신첩' 회화 전면 첫 공개
금강산 전도 8점 한자리에…12월 27일까지
[파이낸셜뉴스] 툇마루에 앉아 화분을 바라보는 선비. 부채를 든 손과 벗어놓은 신발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독서여가'다. 조선 산천을 그린 거장의 일상이 그림 속에 담겼다.
16일 개막하는 대구간송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탄신 350주년을 맞아 '인간 정선'을 조명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해 국보·보물을 포함한 총 84건 216점을 선보이며, 일부 작품은 기간 중 교체한다. 미술관에 따르면 정선 작품만으로 꾸린 국내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화첩에 담긴 일상과 우정
간송재단 소장 '경교명승첩'과 '해악전신첩'에 수록된 회화 전체를 한자리에서 처음 공개한다. 전시 첫머리에 놓인 '경교명승첩'에는 정선의 얼굴과 집, 근무지였던 양천 관아, 스승과 벗들의 공간이 담겼다.
허용 대구간송미술관 학예총괄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명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상을 조명하는 데 기획의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의 연보는 정선의 나이를 기준으로 구성돼 화가의 성장과 삶을 따라가도록 돕는다.
'촉재제시'에는 평생의 벗 이병연과 나눈 우정이 배어 있다. 정선이 시를 재촉하자 이병연은 종이를 보내며 그림부터 달라고 답한다. 시와 그림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일화를 알고 보면 화첩 속 풍경에도 온기가 더해진다.
별도 공간에 전시한 보물 '청풍계'는 정선을 후원한 장동 김씨 집안과 연결된다. 스승 김창흡과 그 집안의 지원이 화가의 사회적·예술적 기반을 뒷받침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지난해 호암미술관 전시에서 주제별로 나눠 보여준 '경교명승첩'을 이번에는 함께 펼쳐 전모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영남의 풍경에서 금강산까지
지역 명승을 다룬 공간에서는 하양과 청하에서 지방관을 지낸 정선의 발자취를 살핀다. 대구를 그린 '달성원조도', 부채에 담은 '도산서원', 포항의 '내연산삼용추' 등 영남 풍경을 별도로 모았다. '달성원조도'는 11월 22일까지 전시한 뒤 '해인사'로 교체할 예정이다.
산수화 밖에서도 정선의 개성이 드러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고사를 그린 '여산초당'은 인물의 옷차림과 풍경에 조선의 정취를 담았다. '화훼영모화첩'의 '추일한묘'에서는 국화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을 만난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국보 '금강전도'와 보물 '풍악내산총람' 등 금강산 전도 8점이 모였다. 산 전체를 내려다보는 구도 속에서 웅장한 산세와 세밀한 묘사, 계절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1711년 '신묘년풍악도첩'과 1747년 '해악전신첩'은 화풍의 변화를 보여준다. 세부를 조심스럽게 묘사하던 붓은 노년에 이르러 한층 자유로워지고, 생략 속에서도 경치의 핵심을 드러낸다. 같은 산을 그린 작품 사이에 화가가 쌓아온 시간이 놓인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 조명하고 싶었던 것은 겸재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며 "겸재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4000원, 어린이·청소년 7000원이다.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