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계좌는 도박 피해자에게, 돈은 영세업체에서…'태국 노쇼 사기단' 검거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박사이트 이용자 속여 범행계좌 직접 확보
공공기관 사칭해 영세업체에 '대리구매' 요구
파타야 조직 10명 검거·8명 구속…총책 추적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지난 4월 27일 태국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관리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지난 4월 27일 태국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관리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태국 파타야의 리조트에 콜센터를 차리고 도박사이트 이용자들에게서 계좌 정보를 빼낸 뒤, 이를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에 활용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태국 파타야 거점 피싱 사기 조직 관리팀장 A씨(31) 등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 4월 27일 태국 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여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서 조직원 9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8일까지 국내 설비·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이른바 '노쇼 사기'를 벌여 피해자 22명에게 약 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조직도. 조직원 모집책 J씨는 별도의 건으로 구속됐으며, 총책 甲(50대)는 현재 국외에서 추적중이다. 경찰은 총책 아래 관리팀장과 콜센터 팀원, 조직원 모집책 등이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한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조직의 조직도. 조직원 모집책 J씨는 별도의 건으로 구속됐으며, 총책 甲(50대)는 현재 국외에서 추적중이다. 경찰은 총책 아래 관리팀장과 콜센터 팀원, 조직원 모집책 등이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사기에 사용할 계좌부터 직접 확보했다. 통상 피싱 조직은 이른바 '장집'으로 불리는 대포통장 모집 조직에서 범행계좌를 구하지만, 이들은 관련 조직이 잇따라 수사기관에 적발되자 계좌까지 직접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설 도박사이트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보증보험을 통해 도박 손실을 보상해주겠다"고 접근했다. 이어 "보상금을 청구하려면 거래내역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 계좌를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넘겨받았다. 실제 보증보험사 서류를 본뜬 위조 서류와 허위 명함도 범행에 사용했다.

이렇게 확보한 계좌는 곧바로 노쇼 사기 피해금을 받는 계좌로 활용됐다. 노쇼 사기팀은 국내 영세 설비업체와 납품업체 등에 전화를 걸어 대학, 시청, 교육청, 교도소 등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했다. 이들은 먼저 책상이나 설비, 공사 등을 수백만~수천만원 규모로 주문하겠다며 업체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소방점검 때문에 급하게 필요하다"며 피해 업체가 취급하지 않는 질식소화포나 소화기 등을 자신들이 알려주는 다른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했다. 본래 주문한 물품대금과 대리구매 비용을 나중에 한꺼번에 지급하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소개한 판매업체 역시 조직이 꾸민 허위 업체였다. 피해자가 대리구매 비용을 보내면 돈을 받아 챙긴 뒤 연락을 끊었다.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관리팀장과 콜센터 팀원, 모집책 등 총 11명 모두 한국인으로 꾸려졌다.

총책과 관리팀장은 조직원들에게 범행 시나리오를 반복해 학습시켰고, 계좌 모집 1건당 300만원이나 노쇼 사기 성공액의 10% 등을 수당으로 지급했다. 여권과 범행용 휴대전화도 별도로 보관하며 조직원들을 통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말 해외 피싱 조직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약 한 달 만에 태국 현지 단속에 나섰다. 범죄단체가 결성된 지 약 두 달 만에 조직원 대부분을 붙잡으면서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한편 경찰은 미검거된 총책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옮겨 다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태국 등 관계국과 국제공조를 통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이 사칭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직원 명함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공기관 구매부서 사칭 사기 주의 안내문. 기술원은 전화·문자·개인 이메일만으로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개인계좌 입금이나 긴급 대리구매 요구 등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홈페이지 캡처
이들 조직이 사칭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직원 명함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공기관 구매부서 사칭 사기 주의 안내문. 기술원은 전화·문자·개인 이메일만으로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개인계좌 입금이나 긴급 대리구매 요구 등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홈페이지 캡처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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