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의 '수고' 귀해진다…송길영의 새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고객에게 필요한 결과물 만드는 전문성 경험 쌓을 기회 확대·사회적 지원도 강조
[파이낸셜뉴스] "부장님은 내 고객이 아닙니다. 내 고객은 우리가 만든 서비스와 물건을 사주신 분이죠."
인공지능(AI)이 일을 대신하는 시대, 송길영 작가가 꺼낸 화두는 인간의 '수고'였다.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교보문고)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내는 전문성을 강조했다.
■'사본인간' 넘어 '수고인류'로
이번 책은 '핵개인', '호명사회', '경량문명'에 이은 네번째 시대예보다. 조직이 작아지고 개인의 역량이 확장되는 시대의 삶을 다뤘다. 수고인류는 불필요한 고생은 기술에 맡기되,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에 시간을 들이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사본인간'은 매뉴얼과 정해진 역할을 따르는 대체 가능한 존재다. 반면 '원본인간'은 자신만의 경험과 판단을 쌓아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든다. 송 작가는 AI로 사본을 만들기 쉬워질수록 원본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고인류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자신의 성취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성'이다. 그는 수고인류가 원본인간의 고유성에 더해 그 결과에 감사하고 보상하는 관계까지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쓰고, 그 결과를 누구와 나눌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조직 안에서 일의 기준도 달라진다고 봤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얻는 시대에는 보고서를 만드는 역할이 줄고, 고객을 직접 만나 요구를 파악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대량생산한 아이스크림과 정성 들여 만든 젤라토에 서로 다른 값을 지불하는 사례로 수고의 가치를 풀었다. 만드는 사람의 숙련과 배려에 이를 알아보는 소비자의 안목이 더해진다는 얘기다. "수고를 알아보는 데에도 수고가 필요합니다"라는 말이 뒤따랐다.
■이름 내걸기 위한 실력·경험 강조
실천 원칙은 직접 하고, 발행하고, 이름을 거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성취와 과정을 남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차례의 성공보다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으며 성장하는 과정이 수고의 증거가 된다고 봤다.
그는 정해진 나이에 취업하고 은퇴하는 경로를 벗어나, 삶의 여러 시점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빈번한 시작'도 강조했다.
개인을 알리는 일에 앞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그는 "역량을 쌓지 않고 알리는 걸 먼저 하면 위험해지거든요"라며 성급한 개인 브랜딩을 경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숙련을 쌓을 기회를 누가 제공할 것인지라는 과제도 남긴다. 질의응답에서는 신입 채용이 줄면 반복 업무를 통해 경험과 전문성을 기를 기회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송 작가는 아직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며 교육과 직장, 사회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본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생길 격차를 줄이려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경험 기회를 넓히는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책을 개인의 긴 여정을 위한 '장기 예보'로 소개하며 다 읽은 뒤 가까운 사람에게 전해 달라고도 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시행착오와 극복 과정을 통해 서로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320쪽, 2만2000원.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