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대출 부담에 거래 식은 강남… 강서는 매매 신고가 속출 [서울 아파트시장 재편]
전월세난에 "차라리 매수하자"
집값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몰려
노원·강동·은평구 등 거래 활발
강남3구는 수억 낮춘 급매 쌓여
#1.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일하는 중개업자 A씨. 시세 대비 수억원 낮춘 급매가 여러 가구 나왔지만 거래는 쉽게 되지 않는다. 대출이 불가능한 데다 정부 세제개편안 확정안에서 초고가주택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었다.
#2. 서울 강서구 중개업자 B씨. 최근 아파트 매매 문의가 크게 늘었다. 특히 신혼부부와 1인가구가 많다. 수요가 몰리며 아파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신고가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을 보면 자치구별 분위기 차이가 뚜렷하다. 과거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남3구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월세를 구하기 힘든 상황도 이 지역 매수를 결심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전화영업 늘리는 강남3구 중개사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 거래량이 줄면서 공인중개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초구 C단지 한 중개사는 최근 전화영업을 크게 늘렸다. 과거 중개업소를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전화해 "좋은 가격이 있다"고 알리는 방식이다. 서초구의 인기가 높았을 때는 잘 쓰지 않던 방식이지만 거래가 줄자 이렇게라도 살길을 찾는 것이다.
거래 감소는 강남3구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강남구 대단지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 같으면 이미 매매가 됐을 가격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매매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귀띔했다. 대출규제와 세 부담 강화,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며 매물은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물은 1만1654건, 9573건, 6342건으로 연초 7020건, 5837건, 3351건 대비 각각 66%, 64%, 89.3% 늘었다.
급매도 쌓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3002가구 규모 '도곡렉슬'은 전용 120㎡가 이날 40억원에 급매로 나왔다. 지난 6월 29일 45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지 3개월 만에 5억원 낮춘 가격이다.
한강 바로 옆 압구정동 '현대8차' 아파트도 최근 전용 163㎡가 67억원에 올라왔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이 83억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16억원가량 떨어졌다.
■서울 외곽으로 번지는 매매 수요
강남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대출규제와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 부담 증가 등이 꼽힌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출규제가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이후 세제개편안을 통해 초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되면서 매매 의지가 한풀 꺾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매 수요는 서울 외곽으로 옮겨붙고 있다. 전월세 매물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기회에 그냥 사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요 쏠림은 거래량 증가와 신고가로 나타난다. 지난달 서울 자치구 가운데 신고가가 많았던 상위 5곳은 강서구(103건), 노원구(84건), 강동구(82건), 은평구(81건), 성북구(80건) 등으로 대부분 서울 외곽 지역이다.
실제 1476가구 규모인 강서구 '가양6단지'는 전용 39㎡가 올해 7월과 8월 각각 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같은 단지 전용 49㎡도 5월과 6월, 7월 각각 11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고, 58㎡는 7월 12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월세에 살던 실수요자들이 가격 접근성은 낮고 대출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는 15억원 이하 서울 외곽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며 "남양주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도 수요가 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