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인사태풍' 몰아치나… 연임 제동 확산 조짐
금융당국, 깜깜이 경영승계 경고
KB금융發 세대교체 바람 겹쳐
'지배구조 개선' 시험대 된 인선
실적 양호해도 연임 낙관 못해
5대 시중은행장의 연임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깜깜이' 경영 승계를 두고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가운데 KB금융발 세대교체 바람까지 불면서 연말 은행권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5대 은행장 연임 '먹구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이달 중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2023년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금융지주와 은행은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12월 31일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5대 시중은행장 중 정상혁 신한은행장만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2023년 취임한 정 행장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근 10년 내 신한은행에서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이 없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월 취임해 첫 2년 임기를 마치는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전례만 놓고 보면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 농협은행은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면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은행장을 물러난 2019년 이후 행장 연임 사례가 없다. 하나금융이 올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은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은 점도 변수다. 금감원은 지난 7월 하나금융에 경영유의사항 7건과 개선사항 20건을 통보했다. 지난 2024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후보군 선정 직전 내규를 개정한 점, 외부 후보에 대한 사전 검토 시간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은행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실적 부진이 부담이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했다. 올해 1·4분기에는 순이익 5220억원을 기록하며 농협은행(5577억원)에 순이익 기준 4위 자리를 내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 연임은 통상 첫 임기 2년을 보장받은 뒤 재선임 때 1년씩 임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결국 금융지주의 후보 추천 과정과 승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KB발 '연임' 제동, 확산 조짐
은행장들의 연임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허인·이재근 전 행장이 잇따라 연임한 전례가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사업부문장이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KB금융 회추위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회장 대신 이 부문장을 선택하며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이 부문장이 KB금융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경우 이 행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부문장은 지난 14일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 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젊은 KB'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부문장은 "세대교체의 의미는 나이가 아닌 신속하고 책임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젊은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은행장 인사가 단순한 실적 평가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마련한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며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현직 CEO의 관행적인 연임에 브레이크를 걸고 승계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을 예고한 만큼 실적이 양호한 은행장도 연임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