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R&D 거점 구축… 자족도시로 탈바꿈할 것"[경기 포커스]
‘베드타운 탈피’ 도시 체질개선 선언한 조용호 오산시장
경기남부 반도체벨트 지리적 중심
접근성 살린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
세교3지구, 주택만 짓는 개발 안돼
30만평 규모 자족 용지 확보 총력
KTX 정차·분당선 GTX-C 연장
동서 분단·광역교통망 부족 해소
운암뜰 AI시티 사업 정상화 노력
원도심-신도시 선순환 구조 계획
【파이낸셜뉴스 오산=장충식 기자】 "오산시가 수원·용인·화성·평택 등 거대 특례시와 첨단 도시들 사이에 둘러싸여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파트만 짓는 '베드타운'을 벗어나 산업 기반과 일자리가 넘치는 '자족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세교3지구 개발을 오산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자족시설 용지 확보와 광역교통망 구축에 시의 사활을 걸겠습니다."
취임 후 지난 1년여간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는 조용호 오산시장은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면적이 약 42㎢에 불과해 가로·세로 6~7㎞ 남짓한 소도시인 오산시 인구는 27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주민 대다수가 서울이나 판교, 동탄 등 외지로 출퇴근하는 한계를 겪어왔다.
조 시장은 도시 규모에 맞는 적정 인구를 35만~40만명선으로 제시하며, 내실 있는 정주 여건과 경제적 자립 기반을 동시에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 지리적 중심… 소부장·R&D 거점 역할론
경기도가 추진하는 반도체 초격차 구상인 '수용성평오이(수원·용인·성남·평택·오산·이천)' 안에서 오산시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오산은 수원, 용인, 화성, 평택, 이천, 안성을 잇는 경기남부 반도체 산업벨트의 지리적 중심축에 들어서 있다.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평택화성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광역 교통망을 바탕으로 기흥, 용인 남사, 평택 고덕 등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들과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조 시장은 "오산이 대규모 반도체 완제품 생산 공장을 직접 유치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가장1·2·3산업단지와 세마산업단지에는 다수의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가장동 일원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R&D 센터 조성이 진행 중이다.
조 시장은 "2023년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 실패의 아픔을 냉정하게 반성하고, 단지 지정이라는 결과에만 연연하기보다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투자할 수 있는 실질적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지곶동 일원에 약 15만㎡ 규모의 신규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한편, 세교3지구와 기존 산단을 하나로 묶어 기업 유치부터 기술 개발, 인력 양성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첨단 산업 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교3지구 임대 비율 조정하고 자족용지 30만평 확보해야"
조 시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현안은 단연 세교3지구 개발 방향이다. 그는 세교3지구가 단순한 대규모 주택 공급지로 전락할 경우 오산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중앙정부의 임대주택 확대 기조에 대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주거 용지만 과도하게 늘어나는 구도에는 분명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조 시장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직접 찾아가 세교3지구 내 최소 25만~30만평 규모의 자족시설 용지를 반영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계획된 산업용지가 10만평 안팎에 불과해 핵심 기업 몇 곳만 들어와도 부지가 소진되는 기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동시에 세교3지구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 비율을 타 지자체 수준인 15~20%까지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세교1·2지구가 장기간에 걸쳐 분할 개발되면서 교통 인프라를 제때 갖추지 못해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잔혹사를 세교3지구에서 반복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철도·도로·버스 연계 '교통 대수술'… KTX 정차·분당선 연장 사활
오산의 교통 문제는 도시 동서 분단과 광역 교통망 부족이 결합된 고질적 병폐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하면서 남북 이동에 비해 동서 간 이동이 극도로 단절되어 있으며, 광역버스 노선 부족으로 출퇴근길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이에 조 시장은 광역 철도망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수원발 KTX의 오산역 정차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건설,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과 GTX-C 노선의 오산 연장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 설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도로망 정체 해소를 위해서는 오산IC 일대의 상습 정체를 풀기 위한 하이패스 차로 증설과 함께, 세교3지구 광역교통대책에 오산IC 입체화 및 연결도로 확충안을 담아낼 계획이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오산휴게소 하이패스IC 신설도 국토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고질적인 출퇴근 버스 난을 해결하기 위해 5300번 노선에 2층 버스 4대를 긴급 투입하기로 협의를 마쳤으며, 시내 전역의 버스 노선체계를 개편하는 전면 용역에 착수한다.
시내 구석구석을 지그재그로 돌아 오산IC로 빠져나가는 광역버스 동선을 단축하고, 시내 순환버스와 환승 체계를 강화해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리는' 난맥상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난항 겪는 운암뜰·재정 압박 극복… 원도심-신도시 균형발전
민간 사업자의 참여 포기로 차질을 빚고 있는 '운암뜰 AI시티'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사업 측에서 역량 있는 새로운 메이저 건설사를 대체 참여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시 차원에서도 행정절차 지원과 사업 구조 재검토를 통해 사업을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오산도시공사의 뒤늦은 출범으로 지분 참여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인정하되, 개발 이익이 시에 최대한 환원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정적 압박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털어놓았다. 세교터미널 부지에 약 510억원의 시 재정이 묶여 있는 데다, 경기도의 예산 감액 조치로 복지 및 공모사업 예산이 줄어들면서 시비 추가 투입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조 시장은 불필요한 예산에 대한 고강도 재구조화를 지시하는 한편, 세마역과 떨어진 유휴 터미널 부지의 효율적 재개발 방안을 강구해 재정 물꼬를 트겠다고 설명했다.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양극화 우려에 대해서는 '체계적 상권 활성화'로 답을 제시했다. 오산역 앞 노후 구도심 일대 개발을 가속화해 도시의 첫인상을 바꾸고, 오색시장과 기존 상권을 중심으로 인근 신도시 주민들이 찾아와 머물고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조 시장은 "시민들이 매일 아침 출퇴근길에서 변화를 직접 피부로 체감하고, 오산 안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주할 수 있도록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체적 성과로 증명하겠다"며 "자족도시와 AI 도시 오산의 기반을 다지는 데 제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