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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어떤 도전에 직면해도 사법권 독립 지켜져야"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태 대법원장 회의 개회사..."나·너·밥·법" 한글로 법의 존재 이유 풀어내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제 무대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사회적 분쟁이 갈수록 법원으로 향하는 상황일수록 법원이 법과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식에서 "우리가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는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복잡한 정치적·사회적인 분쟁이 갈수록 법원으로 향하고 있고 국민들은 사법부에 점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일수록 법원은 법과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모든 법관은 어떠한 난관에 직면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삼권 사이의 관계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 기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사이의 상호 존중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그 협력은 각 기관의 고유한 책임을 존중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의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 "법이란 무엇인가"...홉스를 빌려 온 개회사
조 대법원장은 개회사 상당 부분을 법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나', '너', '밥', '법' 네 글자를 화면에 띄우고 이를 통해 법이 왜 필요한지를 풀어냈다.

그는 "세상에 '나'만 존재한다면 '밥'만 있으면 될 뿐 '법'은 필요하지 않다"며 "그러나 '너', 곧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카를 마르크스의 용어를 빌려 '밥'은 하부 구조를, '법'은 상부 구조를 상징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토머스 홉스의 사상을 인용했다. 조 대법원장은 누군가가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의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위를 묵과한다면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덕과 여러 사회규범이 이러한 행위를 억제하는 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개회사를 맺으며 "법역마다 답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바탕에 놓인 원칙은 모두 같다"며 "법원은 독립을 지켜야 한다. 법관은 법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고 했다.

■ 재제청 요구엔 2주 넘게 침묵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으나,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관련 입장을 빠르게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2주 넘게 침묵하며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가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입장 발표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도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아태 대법원장 회의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1999년 제8차, 2011년 제14차 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하는 것으로 1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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