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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다 치고 나간다"…748마력 V8의 두 얼굴, BMW XM 레이블 [기똥찬 모빌리티]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도봉구부터 강원도 인제~양양 왕복 시승
V8 585마력에 모터 197마력까지 합산 748마력
배터리 29.5kWh로 전기만 60km…충전 3시간
전장 5110㎜은 감수해야...뒷좌석 승차감도 갈려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빨간 시동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그게 전부였다. 진동도, 배기음도 없다. 보닛 위로 솟은 파워 돔 두 개는 8기통을 품었다고 말하는데, 차는 숨을 죽이고 있다. 기어를 D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밀자 2765㎏짜리 덩치가 조용히 굴러 나간다. BMW M의 초고성능 플래그십 SAV, XM 레이블이다.

서울 도봉구를 출발해 강원 인제와 양양을 거쳐 돌아오는 길을 달렸다. 도심 정체와 고속도로, 산길이 차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M 브랜드 안에서 XM의 위치는 특별하다. 1978년 M1 이후 BMW M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M 전용 모델이고, M 하이 퍼포먼스 라인업에 들어간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된 XM 레이블은 XM 라인업의 단일 정규 모델이다. 다른 트림 없이 이 한 대가 곧 M의 플래그십이라는 뜻이다.

밖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키드니 그릴이다. 전면을 거의 다 차지한다. 테두리를 따라 빛나는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가 더해져, 밤에는 이 차를 못 보고 지나치기가 어렵다. 헤드라이트는 위아래로 나뉜 분리형이고, 그 사이를 대형 공기흡입구가 채운다. 시승차는 흰색이었다. 면이 넓게 펴져 보이는 색이라 그릴과 검은 디퓨저의 대비가 한층 도드라졌다.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김동찬 기자

전장 5110㎜, 전폭 2005㎜, 전고 1755㎜, 휠베이스 3105㎜. 옆에서 보면 지붕선이 길게 흐르며 뒤로 떨어져, SUV보다는 키 큰 쿠페에 가깝다.

뒤쪽은 트렁크 리드 한가운데가 비어 있다. BMW 로고가 없다. 대신 리어 윈도 양 끝 위쪽에 엠블럼이 박혀 있다. 수직으로 선 쿼드 테일파이프와 블랙 하이글로스 디퓨저, 빨간 테두리를 두른 'XM' 레터링이 뒤를 마무리한다.

실내는 앞뒤 성격이 갈린다. 대시보드에서 센터콘솔로 이어지는 카본 M 시그니처 트림이 운전석 주변을 조인다. M 다기능 시트, M 버튼이 달린 가죽 스티어링 휠, 빨간 시동 버튼까지. 키를 꽂기도 전에 손에 먼저 힘이 들어간다.

뒷좌석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BMW는 이 공간을 'M 전용 라운지'라고 부른다. 도어트림에서 등받이로 끊김 없이 이어지는 일체형 디자인이 적용됐고, 휠베이스가 3105㎜인 만큼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천장은 이 차가 특히 공들인 부분이다. 알칸타라로 마감한 3D 프리즘 헤드라이너에 앰비언트 헤드라이너 라이트를 더해, 해가 진 뒤 조명을 켜면 천장 전체가 입체적인 무늬로 살아난다.

편의사양은 빠짐없다. 바워스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앞좌석 마사지, 히트 컴포트 패키지, 보냉·보온 컵홀더, 도어 소프트 클로징, 4존 자동 공조가 기본이다. 스톱&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등을 묶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도 기본 적용된다.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묶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도 기본 적용된다.

파워트레인은 이 차의 전부라 해도 좋다. 4.4ℓ V8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585마력, 전기모터가 197마력. 합산 최고출력 748마력, 최대토크 101.9㎏·m다. BMW M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치로, 기존 XM보다 출력이 95마력, 토크가 20.3㎏·m 늘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3.8초. 기존 XM 대비 0.5초 단축됐다.

배터리 용량은 29.5㎾h.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60㎞를 달리고, 순수전기 모드 최고속도는 시속 140㎞다. 도봉구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설 때까지 엔진은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았다. 도심 구간만 놓고 보면 이 차는 조용하고 무겁고 순한 전기 SUV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그때부터 다른 차가 됐다. 체감은 출력 숫자가 아니라 순서에서 왔다. 모터가 먼저 차체를 밀어내고, 그 위에 엔진이 얹힌다. 가속이 끊기는 지점이 없다. 목이 헤드레스트 쪽으로 밀리고, 스티어링 휠을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2765㎏을 밀어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듯 속도계 숫자가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배기음이 묵직하게 실내로 밀려 들어온다. 조수석에 앉은 일행이 소리를 질렀다.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다.

인제를 지나 양양으로 향하는 산길에서는 다른 면이 나왔다. 코너에 들어가기 전 브레이크를 밟고 스티어링을 꺾는데, 체감 무게가 제원표보다 한참 가볍다. 롤이 크게 나지 않고, 차가 코너 안쪽 궤적을 놓지 않는다. 빠져나오며 페달을 열면 곧바로 다음 직선으로 밀려 나간다. 전폭 2m짜리 차를 산길에서 이렇게 몰아도 되나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다.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BMW XM 레이블. 사진= 김동찬 기자

다만 감안할 부분도 있다. 22인치 휠에 편평비 낮은 타이어를 물린 하체는 부드러움보다 자세 유지 쪽에 무게를 뒀다. 산길을 제법 붙여 달리자 뒷좌석에서 속이 안 좋다는 말이 나왔다. 라운지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이지만, 운전자가 즐거운 만큼 뒷사람이 편한 차는 아니다.

배터리도 짚어둘 대목이다. 공인 전기 주행거리는 60㎞. 출퇴근이나 도심 이동은 충분히 덮지만 장거리에서는 초반에 소진된다. 배터리가 비면 4.4ℓ V8이 2.7t을 온전히 감당한다. 합산 복합연비 10.0㎞/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51g/㎞로 공인돼 있지만 장거리 실연비는 벌어질 수 있다. AC 완속 충전기로는 최대 11㎾를 받아 약 3시간이면 충전이 끝나니, 충전 습관이 곧 유지비가 된다.

덩치도 매일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장 5110㎜는 주차장법 시행규칙이 정한 일반형 주차단위구획 길이 5.0m를 넘는다. 확장형 규격(5.2m)에 대야 겨우 들어간다는 뜻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314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인디비주얼 컬러인 드라빗 그레이를 고르면 330만원이 더 붙는다. 여기에 BMW 럭셔리 클래스 전용 '엑설런스 클럽'과 M 고객 전용 'GEN M 프리빌리지' 멤버십이 따라온다.

XM 레이블은 한 대 안에 두 개의 얼굴을 넣어뒀다. 아침 주택가를 빠져나올 때는 소리를 내지 않고, 고속도로에서는 8기통 배기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 전환이 버튼 하나와 발끝 힘으로 이뤄진다는 게 이 차의 핵심이다. 대신 그 대가는 하체 쪽으로 돌아왔고, BMW는 그 교환을 감추지 않았다. 두루 무난한 차를 찾는다면 목록에서 빼도 된다. M이라는 이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그 답이 여기 나와 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748마력 #V8 #BMW 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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