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인데 배우자 몰래 지분대출…하루 아침에 '나락'
시중은행·저축은행은 공동명의자 동의·본인 확인
일부 대부업체는 자기 지분만으로 대출 접수 가능
[파이낸셜뉴스] #. 16년 간 가족과 가정을 꾸려온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배우자 B씨가 공동명의 주택의 자기 지분을 담보로 대부업체에서 거액을 빌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B씨는 A씨가 대출에 동의하거나 인감을 제공한 적이 없는데도 몰래 대출을 받은 것이다.
B씨가 실제 빌린 돈은 약 2억5000만원이었다.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4억5000만원으로 설정됐다. 이후 채무가 상환되지 않으면서 대부업체는 해당 부동산을 임의 경매에 부쳤다.
직접 돈을 빌리지 않은 A씨도 공동소유 주택의 재산관계에 영향을 받게 된 셈이다. 두 사람은 이후 이혼 절차를 밟았고, A씨는 해당 대출과 재산상 문제에 대해 B씨로부터 충분한 설명이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 16년 간 단란했던 가정은 한순간 깨지고 말았다.
같은 공동명의 부동산이라도 금융회사별 담보대출 확인 절차가 달라 비채무 공동명의자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피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공동명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 두 곳은 다른 공동명의자의 참여 없이 대출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안내했다.
한 시중은행은 "공동명의자인 경우 무조건 함께 내방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도 "공동명의일 경우 두 분 모두 오셔야 한다"며 공동명의자 모두의 내점을 요구했다.
제2금융권의 한 저축은행도 다른 공동명의자의 동의와 본인 확인을 요구했다. 해당 저축은행은 "저희는 지분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두 분 다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대부업체에서는 본인의 공유지분만을 담보로 한 대출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해당 업체 측은 "지분대출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며 "고객의 지분만큼의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공동명의자에게 전화나 문자 등으로 대출 사실을 직접 알리는 절차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해당 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 대형 등록 대부업체였다. 등록 대부업계에 따르면 A씨와 비슷한 피해 사례는 연평균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유사 피해 건에 대해 집계된 자료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점차 유사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 제도적 보완 등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현행 민법상 공동명의자 한 사람이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법 제263조는 공유자가 자신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유물 전체를 처분하거나 변경하려면 다른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자기 지분만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까지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동의'보다 '인지'에 있다. 한쪽 공유자가 자기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지만 해당 지분에 근저당이 설정돼 공동명의 부동산의 법적 상태가 달라져도 다른 공유자에게 이를 반드시 알리도록 한 공통 장치는 없다. 비채무 공동명의자로서는 자신이 함께 소유한 부동산에 담보권이 설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별도의 통지 절차가 없다면 상대방의 채무가 부실화되거나 경매 절차가 시작된 뒤에야 자신의 재산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유지분에 대한 담보권 설정은 다른 공동명의자의 지분 자체를 처분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공동소유 부동산의 권리관계가 복잡해지고, 채무불이행이 이어질 경우 경매 등 후속 절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공유자에게도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주거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이라면 비채무 공동명의자는 본인의 채무가 아닌 문제로 생활 기반과 재산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 금융회사별 확인 절차가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도 사각지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금융회사는 공동명의자의 동의나 본인 확인 절차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금융권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기준이나 감독규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공유자의 자기 지분 처분권 자체를 제한하기 보다, 근저당 설정 등 중요한 권리변동이 발생할 경우 다른 공유자에게 이를 알리는 최소한의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통지라면 공유자의 처분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비채무 공동명의자가 상황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차원의 통일된 장치도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업 감독규정에서 이를 해야 한다고 정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유지분 문제는 민법상 재산관계에 가깝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최소한의 통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식은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더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 자체는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업무 매뉴얼상 확인 절차를 두는 것이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공동명의자가 몰래 주택 담보 대출을 받더라도, 양측에 고지를 의무화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런 제도가 없을 경우, 악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