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도 정밀 수술 받는다"…초고령 위암, 로봇으로 수술
[파이낸셜뉴스] 90대 후반 초고령 환자도 정밀 로봇수술로 위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임상 사례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97세 환자의 위 전절제 로봇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18일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위암센터 김소정 교수(위장관외과)는 좁고 깊은 부위에서도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이 고령 환자의 수술 정밀도를 높이고 출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이 방식을 택했다.
1929년생 Y씨는 약 10년 전 위 하부에 발생한 조기 위암을 진단받고 내시경 절제술을 두 차례 받은 뒤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식도와 가까운 위 상부에서 새로운 종양이 발견됐다. 병기는 1기로 비교적 초기였지만 종양 크기가 크고 경계가 불분명해 내시경 절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위 하부는 앞선 시술로 이미 보존할 여지가 없어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 불가피했다. 다행히 정밀검사에서 다른 장기로의 전이 소견은 없었고, 지팡이나 보청기 없이 생활할 만큼 신체·인지 기능도 양호해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지난 8월 이 같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로봇수술을 결정했다.
교직에 몸담았던 Y씨는 평소 걷기와 근력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왔으며, 성당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9월 15일 퇴원 후 첫 외래를 찾은 그는 "내가 복이 많은 사람 같다"며 의료진과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추석에는 자신의 뒤를 이어 교직에 있는 손주들을 포함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시절 가족의 암 투병을 보호자로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김소정 교수는 이 경험을 치료 철학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할 때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어떤 마음으로 치료 과정에 임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피려 한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가족처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령 환자의 암 치료에서 나이만을 기준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로 치료 가능성을 제한하기보다 평소 건강 상태와 신체 기능, 기저질환, 인지 기능, 수술 후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령 환자의 수술은 수술 자체만큼이나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영양 섭취와 운동, 기저질환 관리, 합병증 예방 등을 세심하게 살펴 환자가 안정적으로 일상에 복귀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위암 수술은 암의 위치와 진행 범위에 따라 위의 일부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술과 위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로 나뉜다. 두 수술은 절제 범위뿐 아니라 난이도와 재건 과정, 환자가 받는 부담에서도 차이가 크다.
전절제술은 부분절제술보다 절제와 림프절 절제 범위가 넓고, 수술 후 장을 다시 연결하는 과정도 훨씬 복잡하다. 부분절제술은 남은 위와 소장을 연결하지만, 전절제술은 위 전체를 제거한 뒤 복강 깊숙한 곳에서 식도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 식도와 소장은 위치·크기·조직 특성이 서로 달라 정확하고 안정적인 문합에는 높은 수준의 술기가 요구되며, 문합부에서 누출이나 협착이 발생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밀한 조작이 필수적이다.
회복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부분절제술은 위 일부가 남아 저장·소화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전절제술은 위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수술 후 식사량 감소와 체중 감소, 영양 부족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성공 못지않게 수술 후 식사 적응과 영양 관리를 포함한 세심한 회복 관리가 중요하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