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간표 우려" 前 주한미군사령관들, 전작권 속도전에 일제히 '경고음'
한미동맹재단 포럼 참여한 버웰 벨 전 총장 "北 핵무기 실전 운용 현실, 전작권 지지 철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한반도 핵 재배치론 일축 "北 재래식 화력 노출, 전술적 타당성 없어"
한국군 예비역 대장들도 "안보는 생존, '일단 넘기고 보자' 식 판단 동맹 국익에 불리" 지적
[파이낸셜뉴스] 한반도 전구를 직접 지휘했던 전직 한미연합사령관들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속도전을 향해 일제히 강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실전 운용 고도화라는 안보 현실을 지적하며, 군사적 준비태세가 아닌 정치적 시간표에 유도되는 전작권 전환 결정은 연합 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8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앰배서더 풀만 서울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동맹지휘관 포럼에 참석해 전작권 전환 반대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2008년 내가 한반도를 떠난 직후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원래는 전작권 전환을 적극 지지했지만,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라는 현실로 인해 그 견해가 영구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족되지 않은 약속들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며 양국을 분열시키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며 "주의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가 이곳에 필요할 때 한쪽만 남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를 덧붙였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을 억제하고 필요시 격멸하기 위해선 핵무기를 통제하는 국가가 연합사령관을 배출해야 한다"는 소신을 명확히 했다.
■한국군 예비역 수뇌부 "정치적 시간표 아닌 위협과 능력 기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한국군 예비역 대장들도 이날 포럼에 참석해 전작권 전환 추진 속도에 엄중한 우려 입장을 밝혔다. 이성출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전쟁수행 방식이 바뀌면서 한국이 갖춰야 할 능력이 더 커졌고,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도 높아졌다"며 "조건이 높아짐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부사령관은 "안보는 생존의 문제"라며 "'일단 바꿔보자, 일단 넘기고 보자' 이런 판단으로 추진하면 양국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병석 전 부사령관도 "동맹의 중요한 군사적 결정은 정치적 시간표가 아니라, 위협과 능력 준비태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면서 "동맹의 억제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를 일방이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타당성 없다"
한편,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안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반도 내 핵무기 재배치에 대해선 정밀한 근거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에이브람스 전 사령관은 "한반도 내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북한 재래식 공격에 즉각 노출된다"며 "핵심 전력을 북한의 재래식 무기체계 사정권 내에 배치하는 것은 전술적으로나 작전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무기를 운용하려면 엄청난 부지와 경호인력, 특수장비가 필요한데, 잠재적 핵무기 기지로 땅을 내어줄 도지사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GDP와 국방비 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핵무기 예산은 국방 예산 전체를 삼켜버릴 것"이라며 "한국 경제와 국방 시스템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재정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브런슨 사령관,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3대 조건 피력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현역 주한미군사령관이자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역시 전작권의 이양 문제가 정치적인 편의나 특정 정권의 이익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전작권 획득을 위한 본질적인 조건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제시한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3대 조건으로는 첫째,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이 한미연합 방위를 완전히 주도할 수 있어야 하며 한국군 4성 장군의 지휘통제 능력이 실전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자력 초기 대응 능력 확보로, 현재 2시간 가량인 우리 군사 정찰위성의 재방문 주기를 최소 30초 이내로 단축해 완벽한 독자 킬체인(Kill Chain)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전작권을 안정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 한반도 및 역내의 안보 환경의 변화·조성을 꼽았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며, 오는 11월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이 전환되는 연도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건 충족도 상당히 보완됐고 여건도 마련이 됐다"면서 지금 당장 전작권이 전환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작권 속도전에 대한 한미 전·현직 사령탑의 이러한 의견으로 미루어 향후 적지 않은 관련 논란이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