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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엔화 급락..3469조 日자금, 美 떠날까 [재팬인사이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31년 만의 최고 금리에도 엔화 급락
日투자자 美주식·채권 2.5조달러 보유
추가 인상 땐 본국 환류…느리면 엔캐리 확대
급격한 엔고 전환 땐 동시 청산 충격 우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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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엔화 급락..3469조 日자금, 美 떠날까 [재팬인사이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은행(BOJ)이 지난 18일 정책금리를 연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자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금리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달러당 158엔까지 떨어졌다. 이번 인상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가운데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다음 인상 시기와 속도도 제시되지 않자 '비둘기파적 금리 인상'이라는 해석이 확산한 결과다.

이번 한 차례의 인상은 엔화를 끌어올리기에 부족했지만 추가 인상이 누적되면 중장기적으로 미국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당장은 엔화 약세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유인을 남겨두지만 길게 보면 일본 자금을 해외로 밀어냈던 초저금리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엔화 못 살린 금리 인상…베선트의 골칫거리

엔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일본에 금리 인상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미·일 공동 시장개입까지 주도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이번 결과는 예상 밖이다.

미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가 급락한 상황을 '베선트의 새로운 골칫거리'라고 표현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미·일 금리 차이가 줄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엔화가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프란티셰크 타보르스키 ING 외환·채권전략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르면 10월 다시 금리를 올리면 엔·달러 환율이 수주 내 달러당 160엔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가 160엔에 다시 접근하면 미·일 외환당국의 추가 시장개입 가능성도 커진다. 일본은 지난 7월 말 기준 약 1조1000억달러(약 1526조5800억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일본이 엔화 매수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려고 미국 국채를 팔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른다.

베선트 장관이 일본에 미국 국채를 매각하기보다 연준에서 달러를 빌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일본이 시장개입에 나설 때 반드시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은 아니다. 달러 예치금이나 단기자산을 먼저 활용할 수 있어 국채 매각은 가능한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다.

금리 올려도 엔화 급락..3469조 日자금, 美 떠날까 [재팬인사이드]

당장은 엔캐리 유인 유지

엔화 약세와 큰 미·일 금리 차이가 이어지는 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유인은 남는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꾼 뒤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거래다.

배런스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토대로 관련 자금이 1조3000억~1조7000억달러(약 1804조1400억~2359조2600억원)로 추산되며 상당 부분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금리 인상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것은 캐리 트레이드의 유인이 당장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엔화 약세와 금리 차이가 유지되면 단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위험은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설 때 나타난다. BOJ가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리거나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가 급등하면 투자자들은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해외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인 청산은 엔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길게 보면 미국이 덜 매력적

엔 캐리 트레이드와 별개로 일본 연기금·보험사·은행의 장기 자금도 미국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은 약 2조5000억달러(약 3469조5000억원)다. 일본의 전체 해외 포트폴리오 자산 약 5조달러(약 6939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일본은 장기간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다. 일본 국채로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국채와 해외 주식으로 투자처를 넓혔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대표적이다. GPIF는 과거 전체 자산의 약 60%를 일본 국채에 투자했지만 현재 국내 채권 비중은 약 25%로 낮아졌다. WSJ에 따르면 GPIF는 미국 국채 약 2400억달러(약 333조720억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요 해외 주식 투자처다.

그러나 일본 금리가 오르면서 이 같은 자금 흐름의 전제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5%,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3% 안팎까지 상승했다. 미국 금리가 여전히 높지만 일본에서도 과거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자산의 상대적인 우위는 줄어들 수 있다.

WSJ는 미국이 일본 투자자에게 '덜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리 그린 글로벌데이터 TS롬바드 아시아·신흥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엔화라는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자금 회수보다 신규 투자 둔화

그렇다고 일본의 미국 자산 2조5000억달러가 당장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환율이 급변하면 빠르게 청산될 수 있지만 연기금과 보험사의 자산 배분은 장기간에 걸쳐 조정된다.

야마구치 노리히로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현시점에서 미국 국채에서 일본으로 대규모 자금이 환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여전히 높고 미국 기술주의 기대수익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BOJ가 최종적으로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도 불분명하다. 당장 미국 자산을 대거 매각하기보다는 신규 투자 증가세부터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엔화 방향이, 중장기적으로는 BOJ의 최종금리와 미·일 금리 차이가 자금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유인도 유지될 수 있지만 BOJ의 추가 인상이 누적되면 일본 기관투자가의 미국 자산 매입은 둔화할 수 있다.

BOJ의 1.25% 금리 인상이 미국시장에서 일본 돈이 빠져나가는 신호탄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 주식과 채권을 꾸준히 매입해온 일본 자금이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제에는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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