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폭격 맞은 러시아 창고에 북한 여성들 있었다
WSJ "우크라 공습받은 러 물류창고 20곳 중 최소 1곳에 北여성 근무"
군인 월급 육박하는 1800달러 조건에 모집 활발…'유학 비자'로 편법 입국
김정은, 생사 관심 없고 오직 돈벌이…수익 90% 핵·미사일로
[파이낸셜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위험이 도사리는 러시아 서부 지역의 공장과 물류창고에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해 외화벌이에 내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비교적 높은 임금을 약속받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정권이 수익의 최대 90%를 몰수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유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8월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 20여 곳 중 최소 한 곳에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고용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현장 영상을 분석한 한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해당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희생자들의 국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폭격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북한 노동자 파견과 구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러시아 구인 사이트에는 와일드베리스 창고에서 일할 한국어 통역사를 구하는 공고가 올라와 북한 인력의 지속적인 배치를 시사했다.
북한 여성 인력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이다. 지난 8월 모스크바의 한 인력 알선업체는 조리사, 컨베이어 라인, 섬유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북한 여성 40명 팀의 고용 공고를 냈다. 이들에게 제시된 월급은 약 1800달러(약 250만 원)에 달했는데 이는 한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의 월급(약 20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러시아 최대 해산물 가공 공장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 여성 30명 구인에 나서는 등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들에게 주로 '교육(유학) 비자'를 발급하여 편법으로 고용 중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가 발급한 대북 비자 3만 6000여 건 중 98% 이상이 유학 비자였다.
이들 노동자는 주로 생산 시설에 인접한 기숙사에서 감독관, 요리사, 통역사, 의사 등과 조를 이뤄 철저한 집단생활을 한다. 러시아 농업 시설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통역을 맡았던 러시아 대학생 알리사 스비토바는 "노동자 상당수가 기초적인 러시아어를 익혔으며, 자신들의 노동이 양국 우호를 증진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에는 모스크바 인근 군사 비행장 주변의 육가공 공장에서 실무 교육을 받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축하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현지 SN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노동자들의 안전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직 '달러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WSJ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주된 관심사는 노동자들의 생사가 아닌 경제적 실리"라며 "과거 남성들을 건설 현장에 보내던 것에서 나아가 여성 노동자를 공장에 파견하며 외화벌이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제재 모니터링팀(MSMT)에 따르면,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은 연평균 7500달러(약 1017만 원)를 벌어 중국 파견 노동자보다 최대 5배 높은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 수익의 최대 90%는 정권에 고스란히 몰수당해 결국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