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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감세·AI 투자 돈은 어디서?다카이치 개각의 진짜 숙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적극재정 유지하면서 '시장 신뢰' 첫 명시
장기금리 3%대…국채·엔화 불안 의식
구 아베파 약진·경쟁 세력 퇴장은 실행력 변수
감세 재원과 10월 임시국회가 첫 시험대

지난 17일 출범한 제2차 다카이치 개조내각. 출처=연합뉴스
지난 17일 출범한 제2차 다카이치 개조내각.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식료품 소비세는 낮추고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는 늘린다. 동시에 국가부채 비율도 떨어뜨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출범시킨 제2차 개조 내각에 내린 주문이다.

국민에게는 반가운 정책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일본의 장기금리가 약 30년 만에 3%대로 오른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늘리면 국채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재정건전성에 치중하면 다카이치 정권의 간판인 감세와 성장투자가 힘을 잃는다.

이번 개각에서 주목할 대목도 누가 장관이 됐느냐보다 이 상충하는 목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다.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유지하면서도 각료들에게 처음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돈을 풀겠다는 정치와 이를 경계하는 시장 사이에서 새 내각의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돈 풀되 시장도 안심시켜라

다카이치 총리는 개각에 맞춰 전 각료에게 전달한 지시서의 첫머리에 '책임 있는 적극재정에 따른 경제·재정 운영'을 내걸었다. 지난 2월 지시서의 '강한 경제 실현'보다 재정정책의 방향을 구체화했다.

AI와 반도체 등 17개 전략산업에 대한 민관 투자, 지역 산업단지 조성, 식료품 소비세 인하와 중·저소득층 지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먼저 투자해 성장률과 소득을 높이고 소비와 기업실적, 세수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춰 성장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양립시키겠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조노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에게는 국내외 시장 관계자에게 경제·재정 운영을 투명하고 일관되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월에는 없던 내용이다.

적극재정을 강조해온 다카이치 정권이 '시장과의 대화'를 별도로 명시한 것은 국채와 외환시장의 경고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재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연결돼 고물가를 잡기 위한 감세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중동 정세도 부담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중동을 거치지 않고 원유와 나프타를 조달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지시했다. 국제유가와 엔화 가치, 국채금리가 동시에 정책을 제약하는 구조다.

결국 '책임 있는 적극재정'의 성패는 '책임 있는'이라는 표현을 숫자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식료품 소비세를 낮추고 전략산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어떤 재원으로 부채 증가를 억제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파벌 인사가 중요한 이유

경제정책을 실제 예산과 법안으로 옮기려면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번 개각의 인사 구도가 의미를 갖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 아베파 출신 각료는 2명에서 4명으로 두 배 늘었다. 구 모테기파 출신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구 기시다파 출신은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구 아베파 출신인 가타야마 재무상을 유임하고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과 세키 요시히로 문부과학상을 기용했다. 두 사람은 구 아베파 정치자금 문제로 당의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반면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전 총무상은 내각에서 빠졌다. 하야시 전 총리와 가까운 구 기시다파의 가네코 야스시 전 국토교통상도 교체됐다. 차기 총재 선거를 염두에 두고 경쟁 세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우군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겉으로는 파벌에 따른 인사를 부정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의원들에게 희망 보직을 직접 제출하게 한 뒤 인선을 결정했다. 과거처럼 파벌 수장이 추천 명단을 만드는 대신 총리가 개별 의원을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사 결과에는 여전히 구 파벌별 부침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파벌의 공식적인 영향력은 줄이되 기존 인맥과 숫자는 총리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활용한 셈이다.

이는 정책 추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험도 있다. 경쟁 세력을 내보내고 총리와 가까운 인사를 전진 배치하면 당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구 아베파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된 인사들의 입각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첫 시험대는 감세 재원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분명하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7~18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새 내각이 우선해야 할 과제로 '경기와 고용'을 꼽은 응답은 90%, '고물가 대책'은 85%에 달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정부는 내달 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식료품 소비세 인하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소수 여당인 만큼 자민당 내부의 작은 균열도 야당과의 법안 협상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도 구호보다 구체적인 숫자다. 식료품 감세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AI·반도체 투자를 어느 정도까지 늘릴지, 추가 국채 발행을 억제할 방안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재원 대책이 불분명하면 국채금리가 오르고 엔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 반대로 재정 규율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경기 부양과 고물가 대책이 약해져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번 개각은 각료 18명 가운데 8명이 유임된 소폭 인사였다. 하지만 새 내각이 풀어야 할 문제는 가볍지 않다. 구 아베파를 늘린 인사가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추진력을 높일지, 오히려 당내 갈등과 정치자금 논란을 되살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새 내각의 성패는 장관 명단보다 감세 재원과 국채금리, 엔화 가치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돈을 쓰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약속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첫 무대가 내달 임시국회다.

식료품 감세·AI 투자 돈은 어디서?다카이치 개각의 진짜 숙제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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