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전단채 352조 '눈덩이'…美 금리인상에 '짧은 돈' 차환 비상 [fn마켓워치]
6년여 만에 110조 증가…전단채 두 배
회사채 대신 은행대출·CP로 조달 단기화
BBB급 단기차입 비중 100%…비우량사 취약
[파이낸셜뉴스] 기업과 금융회사의 '단기물'이 352조원까지 불어났다. 장기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은행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행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만기가 짧은 돈'의 반복적인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P·전단채 잔액(단기 유동화증권 포함)은 지난 18일 기준 총 352조36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242조693억원 대비 110조2910억원(45.6%) 증가했다.
CP(ABCP 포함)는 같은 기간 193조2024억원에서 252조7003억원으로 30.8% 늘었다. 전단채(ABSTB 포함)는 48조8669억원에서 99조6600억원으로 103.9% 증가해 두 배를 넘어섰다.
기업 자금조달의 무게중심도 장기에서 단기로 이동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한 반면 CP·전단채 발행액은 1272조8000억원으로 68.0% 급증했다.
일반기업만 놓고 봐도 같은 흐름이다. 올해 1~7월 회사채는 16조2000억원 순상환된 반면 은행대출은 57조2000억원, CP·전단채 조달은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장기 회사채가 빠진 자리를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자금이 메운 셈이다.
배경에는 벌어진 장단기 금리차가 있다. 이달 A1등급 CP 91일물 금리는 18일 기준 3.26%인 반면 AA-등급 회사채 3년물은 4.706%로 격차가 약 144bp에 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장기금리를 확정하기보다 일단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한 뒤 금리가 안정되면 장기물로 전환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금리 상승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CP·전단채는 만기가 짧아 금리가 오르면 높아진 조달비용이 차환 때마다 빠르게 반영된다. 특히 설비투자나 인수합병(M&A) 등 회수기간이 긴 투자자금까지 단기물로 조달한 기업은 회사채 시장 복귀가 늦어질수록 반복적인 차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장은 "단기조달 비중의 상승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필요할 때 장기자금으로 다시 전환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장기시장 접근성과 은행의 대체조달 여력이 함께 약화된 기업에서는 단기화가 차환위험 확대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우량 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올해 2·4분기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AA급 이상 비중은 84.5%에 달한 반면 A급은 13.4%, BBB급 이하는 2.1%에 그쳤다. 올해 6월 말 기준 BBB급 기업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100%로 전년 동기 65.9%에서 크게 상승했다. 장기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과 차환시장 경색에 더 빠르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의 단기조달 급증도 변수다. 김가영 실장은 "상위 9개 증권사의 CP·전단채 잔액은 지난해 말 38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6조7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97.1%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증시 활황에 따른 신용융자와 거래증거금·결제자금 등 단기 영업자산 확대에 대응한 조달이 늘어난 결과다.
시장 경색 시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이 기업 자금조달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가 현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CP 인수와 채권 재고 보유, 기업신용공여 등을 줄이면 기업의 시장성 자금조달 창구까지 좁아질 수 있어서다.
김 실장은 "시장충격 발생 시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이 시장중개와 위험인수 여력 위축을 통해 일반기업의 조달여건 저하로 전이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