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라던 부동산PF 6.8조, 부실 위험 수면 위로 [fn마켓워치]
증권·캐피탈 51개사 3600개 사업장 전수 분석
[파이낸셜뉴스] 금융회사 장부상 '정상·요주의'로 분류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운데 6조8000억원이 실제 사업장의 위험도를 반영할 경우 '고정'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PF 구조조정으로 전체 익스포져는 줄었지만 장기간 분양·매각이 지연되거나 만기가 연장된 사업장에는 잠재 부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본PF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정상·요주의로 분류돼 있어 장부상 건전성만으로 PF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부동산 PF 리스크 재조명: 줄어든 익스포져, 남겨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PF 익스포져 약 50조원 가운데 정상·요주의로 분류된 PF는 44조1000억원이다. 한신평이 사업장별 위험도를 다시 평가한 결과 이 가운데 6조8000억원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정'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고정 PF 가운데서도 1조5000억원이 한 단계 더 낮은 '회수의문'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신평은 증권사와 캐피탈사 51개사가 보유한 약 3600개 PF 사업장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익스포져 50조원은 증권·캐피탈업계 전체 PF 약 52조원의 96%에 달한다. 사실상 두 업권이 보유한 PF 대부분을 들여다본 셈이다.
한신평은 취급연도와 만기, 상환순위, 자산·지역, 건설사 시공능력, 분양·매각 성과 등 6개 위험요인을 토대로 사업장별 위험점수(Risk Score)를 산출했다. 금융회사가 매긴 기존 건전성 등급과 별개로 사업장의 실제 원금 회수 가능성을 다시 따져본 것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잠재적인 건전성 하향 대상은 총 8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고정이하 PF 익스포져는 기존 6조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장기간 회수되지 못한 PF의 경우 만기 연장이나 정상화 계획 등 과거 건전성 분류의 근거를 유지하기보다 사업장의 현재 상황과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보다 보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PF에서 장부상 건전성과 실제 위험 사이의 괴리가 두드러졌다. 올해 3월 기준 고위험 본PF 가운데 정상·요주의로 분류된 익스포져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장부상으로는 아직 부실자산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장기 미회수와 만기 연장, 분양·매각 부진 등이 겹친 사업장이 상당수 남아 있다는 의미다.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회사들의 충당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신평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증권사가 1조1000억원, 캐피탈사가 8000억원이다.
다만 업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대형 증권사는 PF 익스포져가 크더라도 자본력과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추가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와 A급 이하 캐피탈사는 잠재 부실과 추가 충당금 부담이 자기자본과 이익창출력 대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PF 위험의 무게중심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에서 일부 취약 금융회사의 개별 신용위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 수석애널리스트는 "향후 PF 시장의 핵심 과제는 장기 미회수 사업장의 실질적인 정리와 잠재손실의 적시 인식에 있다"며 "단순한 만기 연장이나 채권 매각을 통한 위험 이전보다 사업 정상화, 자산 매각 및 원금 회수를 통해 PF 익스포져가 실질적으로 축소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