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역설…일자리 15% 늘 때 신규채용 22% 줄었다
일자리 17.4만개 '역대 최대'
신규채용은 3.7만→2.9만개
신규채용 비중 24.3%→16.7%
자본집약 산업…호황의 고용 낙수 제한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호황에도 '채용문'은 오히려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업 일자리는 8년 새 15% 가까이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신규채용은 같은 기간 22% 가까이 감소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생산과 기존 일자리는 떠받치고 있지만 고용시장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반도체 제조업 임금근로 일자리는 17만4000개로 2018년 1·4분기 15만2000개보다 2만2000개(14.5%)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제조업 일자리가 422만6000개에서 429만4000개로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의 일자리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기존 근로자가 계속 근무한 '지속일자리'는 올해 1·4분기 14만6000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반도체 일자리의 83.9%가 기존 근로자의 자리였다.
반면 퇴직·이직자를 대체하거나 사업체 신설·확장으로 발생한 신규채용 일자리는 2만9000개에 그쳤다. 지난 2018년 1·4분기 3만7000개와 비교하면 21.6% 감소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3%에서 16.7%로 7.6%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전체 제조업 신규채용 비중인 17.6%에도 못 미친다.
특히 기업의 신설·확장으로 순수하게 새로 만들어진 '신규일자리'는 2만개에서 1만5000개로 25% 줄었다. 반도체 산업의 외형 성장과 고용창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의 높은 자본집약도가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4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 8.2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제조업 평균 5.1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생산과 투자가 크게 늘어도 그만큼 고용이 따라붙기 어려운 산업구조라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은 높은 자본집약도로 취업유발 효과가 작고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며 "반도체 호황이 고용과 소득으로 환류되는 경로가 약하다"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