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당일 버스 실종? 실력으로 넘었다" 男 농구, 일본에 67-57 완승... 12년만의 금메달 [나고야 AG]
귀화 선수 '0명'으로 일군 기적… 일본 67-57로 완파
3쿼터 대폭발, '에이스' 이현중 20득점 맹폭
오전 훈련 '노쇼' 악재가 깨운 태극전사들의 독기, 마줄스호 12년 한 풀었다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심장부 나고야에서 통쾌한 4번째 금빛 포효가 터져 나왔다. 개최국 일본의 도 넘은 텃세마저 태극전사들의 금빛 질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사상 첫 결승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2년 만에 아시아 최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67-57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맛보는 감격적인 우승이다.
승부를 결정지은 가장 큰 원동력은 악조건 속에서 피어난 '독기'였다. 결승전 당일 오전, 조직위원회가 배차하기로 한 훈련 이동용 버스가 오지 않아 한국의 오전 슈팅 훈련이 통째로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태극전사들의 투지를 불태우는 강력한 기폭제가 됐다.
경기 초반 흐름은 숨 막히는 방패 싸움이었다. 전반전 내내 양 팀 모두 야투 난조(3점슛 성공 3/11)에 시달리며 끈적한 수비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일본의 주포 카네치카 렌(전반 10점)을 묶는 데 집중했고, 공격에서는 'KBL MVP' 이정현이 9득점을 올리며 공격의 혈을 뚫었다. 에이스 이현중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전반 5득점에 묶였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리바운드 가담으로 팀의 28-28 동점을 묵묵히 이끌었다.
잠잠하던 한국의 화력은 3쿼터 들어 대폭발했다. 침묵하던 이현중이 직접 스틸에 이은 레이업으로 역전의 포문을 열었고, 변준형의 스텝백 3점포가 터지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왔다. 기세가 오른 이현중은 연속 외곽포를 가동하며 3쿼터에만 코트를 지배했다. 여기에 이승현이 발이 느린 일본의 귀화 빅맨 알렉스 커크의 약점을 파고드는 절묘한 픽앤롤 플레이로 득점을 보탰다. 3쿼터 후반 이정현의 쐐기 3점포까지 림을 가르며 한국은 55-47로 훌쩍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4쿼터, 한국은 자비가 없었다. 이현중이 일찌감치 20득점 고지를 밟으며 점수 차를 62-49, 무려 13점 차까지 벌렸다. 다급해진 일본은 연거푸 외곽포를 시도하며 추격을 노렸지만, 한국의 촘촘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 1분 30초 전, 이정현이 상대 가드 오가와의 공을 재치 있게 스틸하며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고, 마지막 이현중이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모두 성공시키며 67-57, 짜릿한 10점 차 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보다 의미가 깊은 것은 한국이 단 한 명의 귀화 선수 없이, 귀화 빅맨이 버틴 일본을 안방에서 압도했다는 점이다. 대회 직전 평가전 2연패의 수모를 겪으며 우려를 낳았던 마줄스호는 본선 무대에서 일본을 두 번이나 완파하며 자신을 향한 의심을 찬사로 바꿔놓았다.
'훈련장 노쇼'라는 황당한 텃세마저 실력으로 이겨낸 한국 남자 농구.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투혼으로 12년 묵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을 시원하게 풀어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