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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부터 차기 수장까지…올해 유엔총회도 '트럼프의 미국'이 변수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동전쟁 속 트럼프·이란 대통령 회동 가능성 주목
美, 유엔에 "개혁·개혁·개혁"…재정·조직 축소 압박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올해 유엔총회 정상외교의 중심에는 다시 미국이 있다. 6개월 넘게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과 중동 확전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과 재정·조직 개혁까지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까지 맞물렸다. 차기 사무총장은 미국을 비롯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P5)의 동의 없이는 선출되기 어렵다. 전쟁 해결부터 유엔 개혁, 차기 수장 선출까지 올해 뉴욕 유엔 외교무대에서 미국의 선택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된다. 약 130명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연설에 나선다. 트럼프는 유엔총회 기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과 일본, 이라크 정상 등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특히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과도 회동한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전쟁 안고 유엔 가는 트럼프

가장 뜨거운 현안은 중동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까지 격화하면서 전선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홍해로 확대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당 부분을 봉쇄한 데 이어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충돌은 세계 에너지와 물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회동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6개월 넘게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유엔을 무대로 직접 만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수요일 유엔총회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는 유엔총회 기간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과도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뉴욕 정상외교가 장기화한 중동전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미국의 역할이 부각된다.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뉴욕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엔 차원의 전쟁 해결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상외교가 얼마나 진전을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다.

유엔 개혁 압박하는 미국

미국은 전쟁 해결뿐 아니라 유엔 자체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고 여러 기구에서 탈퇴하면서 조직 축소와 개혁을 압박해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미국의 분담금 미납 등이 유엔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유엔은 대규모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방향은 유엔을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반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쟁뿐 아니라 AI와 기후변화, 불평등 등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고 있다. 특히 AI에 대해서는 주요 개발국들이 정보 공유와 투명성, 공동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총회는 단순히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의하는 자리를 넘어 향후 유엔이 어디까지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차기 사무총장도 미국 '거부권' 관문

이 같은 유엔의 향후 방향과 직결된 문제가 차기 사무총장 선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는 12월 31일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안보리는 이미 세 차례 비공개 예비투표를 실시했다. 가장 최근인 18일 투표에서는 코스타리카의 레베카 그린스판 전 부통령이 9표의 '지지(encourage)'를 받아 가장 앞섰다. 가이아나의 캐롤린 로드리게스-버켓 유엔대사가 8표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린스판도 5표의 반대표를 받았다. 아직 어느 나라가 반대표를 던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2016년 구테흐스 선출 때와 비교하면 아직 뚜렷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후보 가운데 누구도 결정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가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3차 투표에서 1표의 지지에 그친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최종 관문은 미국이다.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후보 한 명을 추천한 뒤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총회가 선출하지만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P5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추천이 어렵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후보들과 직접 접촉하며 차기 사무총장에게 요구할 핵심 기준으로 유엔 개혁과 효율성, 평화·안보라는 기본 임무로의 복귀를 제시하고 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4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를 "개혁, 개혁, 개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의 해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유엔의 몸집과 역할을 재설정하고 앞으로 5년간 조직을 이끌 새 수장을 결정하는 것까지 이번 유엔총회를 둘러싼 주요 현안에는 미국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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