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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바로 선 너머에 있었어요"… 혹독했던 DMZ의 겨울 [1950, 산 자들의 기억]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리오 사바스 한국전쟁 참전 용사
정전 체결 11개월 뒤 한국 파병
DMZ 일대 순찰·경계 임무 맡아
군복·근무 기록 등 70년 넘게 보관
북한군과 대치 상황 생생히 담겨
"추운 날씨에도 군복 하나로 버텨"

한국전 참전용사인 리오 사바스가 지난 18일 미국 뉴저지 자택에서 한국전 당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병철 특파원
한국전 참전용사인 리오 사바스가 지난 18일 미국 뉴저지 자택에서 한국전 당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병철 특파원
1954년 당시 부대 텐트 앞에 서 있는 리오 사바스. 사진=이병철 특파원
1954년 당시 부대 텐트 앞에 서 있는 리오 사바스. 사진=이병철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적은 바로 선 너머에 있었습니다(The enemy was just over the line)."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1954년. 당시 20대 초반의 미군 병사 리오 사바스는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북한군과 마주하고 있었다. 정전협정은 체결됐지만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미국 뉴저지 자택에서 만난 93세 사바스의 기억은 72년이라는 세월만큼 군데군데 흐릿했다. 정확한 지명과 날짜를 물으면 한참 생각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몸은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였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미군으로 복무했다는 자부심은 여전해 보였다.

인터뷰 도중 당시 군복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직접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 창고까지 내려가 70여년 전 입었던 군복을 찾아 들고 올라왔다. 그리고 기자 앞에서 직접 입어 보였다. 20대 청년이 입었던 군복을 93세 노병이 다시 걸쳤다.

가족이 보관해온 기록에는 당시 상황이 짧게 남아 있다. 순찰 때 동료끼리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암호(password)'를 사용했고, "적은 바로 선 너머에 있었다"고 적혀 있다.

사바스는 "전투가 막 끝났을 때였다"며 "그들도 멈췄고 우리도 멈췄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조심했습니다. 그들이 넘어오려고 하곤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가 두려워했다는 것은 기억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전 11개월 뒤 DMZ로

가족 기록에 따르면 사바스는 1954년 6월 한국에 도착했다. 정전협정 체결 약 11개월 뒤였다. 미 육군 제3보병사단의 'Can Do' 연대에 배치됐다. 미 육군 관련 기록에서 'Can Do'는 제15보병연대를 가리킨다. 이 부대는 사바스가 한국에 오기 1년 전인 1953년 6월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아웃포스트 해리 전투에도 참가했다.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폭 4㎞의 DMZ가 만들어졌지만 긴장은 계속됐다. 미군 공식 부대사에도 1954년 말 판문점 일대에서 경계와 '대침투 순찰'이 임무로 수행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바스가 기억하는 한국 근무기간은 약 7개월이다. 임무는 DMZ 일대 순찰과 경계였다.

"하루 24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밤이었고 어떤 때는 낮이었습니다."

휴일도 없었다고 했다. 교대근무는 "아마 6시간 근무하고 6시간 쉬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기억했다. 혼자 움직이는 일도 없었다.

"우리는 절대 혼자 있지 않았습니다. 항상 두 명이나 세 명이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보고, 우리도 그들을 봤다"

선 너머 북한군과 직접 말을 나눈 적은 없었다. "그들은 우리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아주 조심했습니다."

직접 총을 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당시 상황을 그는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그들이 우리를 지켜봤고, 우리도 그들을 지켜봤습니다."

혹독한 날씨도 기억에 남았다. 가족 기록에는 "낮은 덥고 밤은 추웠다"고 적혀 있다. 특히 겨울은 견디기 힘들었다. "겨울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주 추웠어요. 우리에게는 군복이 있었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는 이어 "나는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분명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도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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